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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왜 못사는 동네만…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집값 올리기 담합’의 일단이 정부 조사로 드러났다. 신고사례를 바탕으로 1차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수도권 58개 아파트 단지에서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단지들은 최근의 실제 거래가격이 공개되고 모든 시세표에서 4주간 시세정보가 누락되는 ‘수모’를 겪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현실과 법의 괴리 속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은 결과로 보인다. 당초 담합 당사자를 형사처벌하는 방안까지 검토됐으나 지나친 무리수라는 지적이 많았다. 담합 단지라는 공식 낙인만으로도 충분한 경고와 충격파를 던진 만큼 당분간 효력을 지켜본 뒤 추가 대응 방향을 논해도 될 것 같다. 올해부터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의 활용도를 시험하는 동시에 보다 투명한 시세정보 시스템으로 가는 좋은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유례없는 실태 조사와 이색적(?)인 제재가 이어진 만큼 시장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내 집 제값 받고 팔겠다는데 정부가 웬 간섭이냐” “망신살이 뻗쳤다” 등은 담합 단지에서 엿보이는 구긴 표정들이다. 그 반대쪽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이래도 계속 담합하면 형사처벌을 해라”는 강경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 와중에 부자와 서민이 싸우는 것도 모자라 집 있는 서민과 집 없는 서민까지 편 갈라 서로를 비난한다. 양극화 속의 또 다른 양극화다. 이런 수많은 목소리 중에서 아마도 정부가 가장 뼈아프게 들어야 할 것은 “강남과 목동은 놔두고 왜 못사는 동네만 들쑤시냐”는 비판일 것 같다. 물론 강남과 목동에서도 집값 담합이 성행하고 있으니 당장 가서 조사하라는 취지는 아니다. 버블세븐 지역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과정에서 담합이 있을 때는 전혀 개입하지 않다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지역들이 반짝하니까 찍어 누르는 데 급급하다는 반발이다. 이런 논란을 지켜보면서 집값 담합도 결국은 강남 집값 잡기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천정부지로 솟는 강남 집값을 바라보며 깊어진 박탈감과 무력감이 담합이라는 ‘몸부림’으로 표현된 것일 수도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담합 그 자체가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와 그로 인한 국민정서의 양극화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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