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폭이 5년여 만에 1% 밑으로 떨어져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다음달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월 CPI 상승률이 0.8%를 기록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는 2009년 11월(0.6%) 이후 5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시장 전망치(0.9%)와 전월 상승률(1.5%)을 모두 밑도는 수준이다.
경기선행지표인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3% 하락하며 시장 예상치인 -3.6%, 직전월인 -3.3%보다 더 큰 낙폭을 기록했다. 중국 PPI는 35개월 연속 이어지는 등 최장기간 내리막길을 걸으며 중국 경기둔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위추메이 국가통계국 고급통계사는 "1월 CPI·PPI 수치 악화는 국제유가 급락 때문"이라며 "육류 및 채소 가격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0.8%, 0.6%씩 떨어진 것도 전체 상승폭을 줄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예상보다 크게 낮은 물가 상승률에 중국 당국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돌발 인하한 데 이어 지난주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추며 경기부양에 나섰다. 여기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해 말부터 10조위안의 인프라 건설을 추진하며 경기부양에 나섰다. 이번 물가지표는 이러한 조치들의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 압박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추가 통화완화에 대한 판단이 빨라 질 것으로 전망했다. 류리강 ANZ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디플레이션 리스크 증가로 추가 부양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1월 중국 CPI 상승률이 1% 밑으로 떨어진 것은 당국의 통화완화 실시주기가 시작된다는 의미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추가 금리 인하 시기가 애초 2ㆍ4분기에서 춘제가 끝난 3월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민셩증권은 보고서에서 디플레이션이 경제 전반에 확산되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칭요우 민셩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생산과잉,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한 일부 상품 가격 하락이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면서 "디플레이션 심리가 커지면 소비자들은 추가 가격하락을 예상해 소비를 줄이게 되고 이는 생산 및 투자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금융권에서는 올해 중국 CPI 상승폭을 앞다퉈 낮추고 있다. 중국 광다증권은 올해 중국 CPI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의 1.8%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하이퉁증권도 올해 CPI 전망치를 1.3%의 낮은 수준으로 예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