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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 이병기 내정] 외교부·정치권 두루 거쳐… 강경기조 대북정책 융통성 커질 듯

■ 이병기는 누구<br>대선때 여의도硏 고문 역임… 대선후보 특보로 정무감각 갖춰<br>해외·대북업무 영역 개편 등 국정원 자체 개혁 작업 숙제


이병기 국정원장 내정자는 정무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내정자는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안보 관련 측근 인사로 꼽히고 있어 국정원 개혁과 대북정책 전반에 대해 청와대와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외교안보 싱크탱크군, 정무감각 갖춰=이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신임 국정원장 후보군에 자주 거론됐다. 2007년 대선 때부터 박 대통령에게 정무적 조언을 해온데다 2012년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고문을 역임한 경력 때문이다. 특히 1996년부터 3년간 국가안전기획부 2차장을 역임한 점도 그를 유력 후보군으로 꼽는 이유였다.

이 내정자가 지난 1999년 일본 게이오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하고 현재 주일대사로 활약 중인 '일본통'이라는 점 또한 국정원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북일 간의 협상으로 대북정책에서 일본이라는 변수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이 내정자의 능력이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정치 특보로도 활약하는 등 10년이 넘는 정치경력을 바탕으로 청와대와의 업무조율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경기조로 치닫던 국정원의 대북정책에도 다소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재준 전 원장은 청와대 국가안보실(NSC) 구성원 중에서도 가장 강경한 대북 매파로 분류됐다. 특히 김장수 전임 NSC 실장보다 육군사관학교 2기수 선배라는 점에서 NSC 정책 결정에 대한 관여도가 매우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달리 이 내정자는 외교부·국정원·정치권 등을 두루 경험한 만큼 너른 시각을 바탕으로 국정원의 대북정책을 조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내정자는 평소 언행이나 처신이 튀지 않고 신중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조용한 국정원'을 표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간의 힘 겨루기로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함수관계가 복잡해진 만큼 보다 융통성 있는 대북정책을 펼칠 것으로도 전망된다.



◇국정원 개혁과 대북정책 청와대와 호흡=국정원이 간첩 증거조작 사건 이후 개혁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개혁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이 지난 4월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철저하지 못한 관리체계의 허점이 드러나 송구스럽다"며 "국정원은 뼈를 깎는 환골탈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국정원 개혁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서천호 전 2차장이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지만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계속돼왔다.

이 내정자 앞에 놓인 숙제로는 남 전 원장 시절 계속돼온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이라는 비판 극복이 첫손에 꼽힌다. 남 전 원장은 지난해 6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공개하고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하는 등 주요 국면마다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말에는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 실각 사실을 공개하며 대북 정보력을 과시했지만 대북 정보를 국면 전환에 활용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 내정자의 개혁은 국정원 인사 물갈이에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군 출신인 김규석 3차장과 검찰 출신인 김수민 2차장의 경우 양쪽 다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집단에서 공직 생활을 했다는 점에서 내부 개혁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한기범 1차장과 이헌수 기획조정실장은 국정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의 비판을 받아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 변화를 준 국정원의 업무 영역도 개편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국정원은 현재 해외와 대북분석 업무를 맡고 있는 1차장과 국내 및 대공 업무 담당의 2차장, 방첨과 기술업무 담당의 3차장으로 나눠서 일하고 있지만 업무가 중복된다는 비판이 계속돼왔다. 정부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전방위적인 국가개조 바람이 불고 있는 만큼 국정원 또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직개편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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