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3%를 차지하는 거대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더 넓힌 셈이다. 그러나 농어촌 붕괴, 산업구조 개혁, 빈부격차 확대 등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전문가들은 ‘FTA 폐기’를 둘러싼 정쟁을 서둘러 끝내고 FTA의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미관계 업그레이드=한미 FTA는 무역확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21세기 무역강국을 향한 도약대인 동시에 경제ㆍ사회ㆍ정치 분야의 중대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 변수를 반영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특히 한미 FTA 발효는 경제 분야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상호교역 및 투자 확대, 인적 왕래 증가를 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불합리한 관행과 불투명한 절차를 개선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도를 혁신하고 국가ㆍ사회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비중은 한때 50%가 넘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10.1%로 쪼그라들었다.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562억달러 수준이다. 중국(1,340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다. 16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FTA를 통한 한미 공조 강화는 신인도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국ㆍ일본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고 보면 된다”고 평가했다.
◇정부 ‘경제효과’ 낙관=통상교섭본부는 “FTA가 시행 중인 칠레ㆍ아세안ㆍ인도 등과의 교역액 증가 속도를 보면 시행 전후 무역액이 20~30% 정도 증가한다”며 “전세계 경기침체 영향을 받겠지만 FTA 발효로 한미 간 교역량은 적잖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국책연구기관들은 경제효과에 대해 향후 15년간 수출은 13억달러, 무역수지는 1억4,000만달러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고용은 35만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중소업체들이 걱정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며 “앞으로 한국에서 통하면 미국ㆍ유럽에서도 인정 받으니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오히려 FTA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 FTA는 국가 신인도를 높여 투자 유치나 국외 비즈니스에서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뿐 아니라 한국산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성 향상, 기업의 외자 조달비용 감소, 증권시장 도약 등의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국내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농수산물과 질 좋은 공산품을 살 수 있게 돼 국민후생과 생산성 증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구조 측면에서는 내수시장이 커져 대기업 외에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성장할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미 FTA 발효로 중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앞서게 된 측면이 있다”며 “한미 FTA를 최대한 이용해 국익을 최대화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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