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보검 엑스칼리버, 숨겨진 성배, 아름다운 기네비어 공주, 원탁의 기사들…. 고대 영국 최초의 통일왕국을 세운 전설적인 영웅으로 추앙받는 아더왕이 사실은 대량학살을 자행했던 잔학한 왕이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28일 영국 텔레그래프는 켈트족 연구가이자 역사학자인 사이먼 영 박사가 최근 발간한 '켈트 혁명'이라는 책을 인용, "아더왕은 켈트족에게 매우 다른 부류의 영웅이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아더왕은 앵글로 색슨족에게 점령당하기 전 브리튼섬의 주인공이었던 켈트족의 신화를 대표하는 인물. 로마제국이 멸망하고 잉글랜드가 다른 종족의 침입으로 혼란을 겪던 6세기 무렵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아더왕의 전설은 수많은 저작으로 구현되며 오늘날 기사의 원형으로 추앙받고 있다. 후대에 제작된 저작을 통해 켈트족의 영웅인 아더왕이 오늘날 영국인의 조상인 색슨족을 브리튼으로부터 몰아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세에 가서 영국인의 위대한 전설적 영웅이 됐다는 사실은 특히 흥미롭다. 영 박사에 따르면 "지금같으면 아더왕의 행위는 독일전쟁범죄자들을 단죄했던 뉘렌베르크 재판에서 다뤄야 할 것"이라며 "아더왕은 역사적인 인물로 서너 명의 후보자가 서로 합성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5, 6세기 군주들은 매우 불행하고 폭력적인 시대에서 살았다"며 6세기경 아더왕과 비슷한 이름의 군주들이 아더왕의 전설에 영감을 불어넣었다고 덧붙였다. 영 박사는 "아더왕 하면 보검 엑스칼리버, 갑옷, 호수의 요정처럼 월트디즈니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이는 대부분 영국 소설가들이 전설에 추가한 것"이라며 "그는 기사도의 미덕을 갖춘 이가 아니다"고 말했다. 영 박사는 켈트족의 신화와 10세기 경의 웨일즈 시와 예언서 등을 연구한 결과, 아더왕은 영국인을 대상으로 피의 전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고 주장했다. 아더왕 전설의 자세한 기록은 12세기의 수도사 몬머스의 제프리가 라틴어로 쓴 '브리튼왕 열전'에서 시작된다. 여기에서 마법사 멀린과 아더왕의 아버지이자 카멜롯의 왕인 우터 펜드래곤이 등장하고 보검 엑스칼리버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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