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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작가 작품들 소개 '대안공간'서…<br>비상업적·실험성 강한 전시<br>'블루칩 작가 배출 코스'로 주목<br>안목만 있으면 유망작품 '찜'<br>소규모 자본으로 '장기투자' 해볼만

데비한의 'Hot Delicacy'

함진의 '내가 보호해줄께'

이환권의 '바람부는 날'


블루칩 위주로 성장가도를 달리던 미술시장이 조정기에 들어간 가운데 신진 작가들을 배출해 내는 대안공간에 컬렉터들이 주목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규모 경매나 일반 상업화랑은 방문객의 발길이 뜸해진 데 반해 대안공간에 대한 관심은 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미래의 블루칩으로 성장할 신진 작가들을 선점하려는 미술 관계자들이 눈독을 들이기 때문이다. 대안공간이란 공공미술관이나 상업 화랑의 진입장벽이 높았던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대안적 전시공간(alternative space)으로 1960년대 미국 뉴욕에서 처음 등장했다. 특히 대안공간은 비영리 즉 무료로 전시공간을 내준다는 게 상업화랑과의 차이점이다. ◇대안공간은 블루칩 필수코스= '대안공간 루프'가 배출한 조각가 이환권은 지난해 말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된 작품 '뚱뚱한 소년'이 1억원대를 넘겼다. 미디어그룹 '플라잉시티'는 이미 주류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어 오는 9월 로댕갤러리에서 작품전을 앞두고 있다. 이불, 함진, 정연두, 데비한, 함진 등 대안공간 출신의 작가들은 세계적으로 이름값을 높이고 작품 역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메이저 화랑의 전폭적인 지원이 따르는 것은 물론이다. 국내 대안공간의 시초는 1999년에 문을 연 '대안공간 루프'다. 비슷한 시기에 풀, 사루비아 다방, 쌈지 스페이스 등이 개관했고 국가지원을 받은 인사미술공간이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아트스페이스 휴, 브레인 팩토리, 스톤앤워터, 반디 등이 생겨나 젊은 작가 배출에 가속도를 더했다. 서진석 대안공간 루프 대표는 "작가들의 실험성이 부각되기 때문에 흐름을 미리 내다보려 하는 미술계 전문가 집단이 가장 많이 찾아온다"면서 "일반 대중의 취향을 다소 앞서가지만 어느 순간 대중성을 획득하게 되면 몸값이 급상승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예전에는 가난하고 소외된 '마이너'의 공간이던 대안공간이 '메이저' 화랑의 주목을 끄는 것. 업계에 따르면 컬렉터를 포함한 상업화랑 관계자들이 주기적으로 대안공간 전시를 유심히 살피고 있기에 이곳 출신 작가들이 주류로 진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점차 짧아지는 추세다. ◇소규모 자본으로 미술투자 가능=작품을 고르는 안목만 있다면 대안공간에서 블루칩으로 성장할 만한 작가들을 '찜'할 수 있다. 대안공간은 주식 시장에 빗대자면 안목 있는 투자자가 유망한 기업을 키워주는 '앤젤투자'에 해당한다. 수요자들의 미술품 구매 경로는 화랑, 경매, 아트페어 등으로 한정적이지만 대안공간을 활용하면 성장가능성이 있는 작가를 미리 봐 둘 수 있다. 아직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신예 작가지만 일단 대안공간에서 창작역량을 검증 받았기에 장기 투자 목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안공간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작가가 대형미술관 혹은 화랑의 눈에 띄어 개인전을 열거나, 비엔날레 출품으로 주목 받고 나면 인지도와 몸값은 순식간에 뛰어오른다. 따라서 보는 눈만 있다면 소규모 자본으로도 좋은 작품에 투자할 수 있다. 대안공간은 그러나 실력 있는 젊은 작가로 인정 받기 위한 필수코스로 바뀌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다. 이들은 국제적인 교류를 시도하거나, 미술의 사회적 기능, 한국의 지역적인 문제에 관심을 두는 등 비영리성ㆍ독립성ㆍ실험성 등 대안공간의 본질적인 성격을 잃지 않는 동시에 경쟁력을 재고하는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김노암 스페이스 휴 디렉터는 "시장이 호황인 만큼 미술의 담론과 비평이 살아날 수 있는 대안공간의 인프라 구축에 투자가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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