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새누리당은 집권 여당이고 국정에 무한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한 나라의 총리를 결정하는 막중한 일인 만큼 객관적 절차가 필요하고 신중히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과 여론을 통한 검증에 그치지 않고 인사청문회 무대에서 공식적으로 해명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상현 사무총장 역시 "문 후보자가 강연한 전체 동영상을 보면 기독교인으로서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는 발언을 했는데 일부 언론이 악의적으로 '짜깁기 보도'를 해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인사청문회를 통해 본인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자의 발언이 공개된 전날만 해도 새누리당 지도부는 "일단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으나 하루 만에 공세적 자세로 돌변한 셈이다.
여권 내부의 분위기가 갑자기 뒤바뀐 것은 안대희 전 대법관이 인사청문회 무대에 서지도 못한 채 낙마한 상황에서 문 후보자까지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경우 국정 전반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
특히 주요당직자회의에서는 1시간10분 동안 문 후보자의 교회 강연 영상을 상영하며 '해명 작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부적으로는 야당의 반대가 계속될 경우 총리임명 동의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새누리당은 지난해 11월에도 황찬현 감사원 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야당 의원 대부분이 불참한 가운데 강행 처리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야당뿐만 아니라 당내 비주류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변수다. 이미 초선의원 6명이 문 후보의 자진사퇴와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전면 개혁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일부 비주류 초·재선 의원들도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차기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이인제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총리 임명이 늦어져) 국정 공백이 장기화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튼튼한 국가관을 지닌 분이 일을 하는 게 맞다"며 문 후보자 임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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