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6부(정형식 부장판사)는 16일 한 전 총리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300만여원을 선고했다. 다만 한 전 총리가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점을 이유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무렵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3차례에 거쳐 총 9억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 받은 혐의로 2010년 검찰에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한 전 대표의 검찰 진술 외에는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그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한 전 총리에 무죄를 선고했다. 한 전 대표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데다 검찰의 추가 기소를 피할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해서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이 사실을 오인했다고 보고 검찰의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한 전 대표가 발행한 1억원권 수표를 동생 한선숙이 사용한 점, 한씨가 한 전 총리에 2억원을 반환 받았고 추가로 3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사실 등을 볼 때 한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며 "이밖에 채권회수목록 등의 자료 등을 종합해 판단한 결과 한 전 총리가 정치자금을 받았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받은 돈의 일부는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점, 반성하지 않고 다른 이에 죄를 전가한 점 등을 볼 때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선고 직후 한 전 총리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대법원에 상고할 의사를 밝혔다. 한 전 총리는 "법리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결이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며 "돈을 받은 적이 없으며 이 사실에 대해 스스로 당당하고 결백한 만큼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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