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0일 정오 무렵 찾은 광명시 소하택지개발지구 내 '광명SK테크노파크'. 점심식사를 마친 근로자들이 삼삼오오 중앙광장과 옥상공원으로 모여들었다. 손에 커피를 들고 담소를 나누는 풍경이 서울 도심의 대형 오피스 밀집 지역과 별반 다르지 않다. 건물 내 피트니스센터에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운동을 하는 근로자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 입주한 전자업체에서 일한다는 이모(28)씨는 "피트니스센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최근 운동을 시작했다"면서 "시설이 너무 좋아 가끔 공장에서 일한다는 생각을 잊을 때도 있다"며 미소 지었다.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주상복합이나 오피스빌딩 못지 않은 외관과 녹지공간을 갖춘 곳이 속속 등장하면서 '공장' 이미지를 벗어 던진 지 오래다. 비즈니스센터와 연회장과 같은 업무 지원시설은 이미 필수 요소가 됐고 피트니스센터와 골프연습장 등 입주기업 직원을 위한 서비스도 진일보하고 있다. 입지나 가격 못지 않게 숲이나 강∙바다 등 조망권을 강조하는 마케팅 방식은 영락없이 아파트 분양을 쏙 빼 닮았다.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광명SK테크노파크는 연면적이 25만6,256㎡에 달한다. 잠실올림픽경기장보다 2.3배나 크다. 규모도 규모지만 조경과 편의시설 등이 대기업 본사 못지 않다. 별도의 비즈동에는 기업지원센터와 대강당∙피트니스센터 등 입주 기업을 위한 지원시설을 갖췄다.
GS건설이 분양 중인 '강서 한강자이' 지식산업센터에는 실내 골프연습장이 유치될 예정이고 에이스건설이 다음달 성동구 성수동에 분양하는 '에이스성수타워'는 로비에 피톤치드 삼림욕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지식산업센터 분양을 대행하는 A사의 한 관계자는 "중견업체들이 주도하던 시장에 대형 건설사들이 속속 뛰어들면서 편의시설 등 하드웨어뿐 아니라 입주 업체를 위한 홈페이지 솔루션 제공, 세무 컨설팅과 같은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공급경쟁이 지식산업센터의 진화를 낳고 이는 또 입주 기업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도 일어나고 있다. 최근 강서구 염창동 '한화비즈메트로'에 입주한 폐백음식 업체 '가연폐백'의 김금화 실장은 "공장을 찾는 손님들이 깔끔하고 위생적인 작업 환경을 보고 믿고 주문을 맡기면서 매출이 20~30% 이상 늘었다"면서 "왜 진작에 지식산업센터를 알지 못했는지 후회될 정도"라고 말했다.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하려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투자자들도 몰리고 있다. 강서구 염창동에 위치한 '우림블루나인' 인근 U공인의 전상호 대표는 "상가뿐 아니라 최근에는 지식산업센터 내 공장을 틈새시장으로 보고 투자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면서 "입지가 좋은 곳은 분양가격보다 매매가격이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