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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론/5월 18일] 환율하락 이후 대비를

이한득(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국내 기업 실적에 적색경보가 켜졌다. 지난 3월 초 1,600원에 근접했던 원ㆍ달러 환율은 최근 1,230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불과 2개월 반 남짓한 기간에 환율이 20% 이상 하락했다. 환율 하락으로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수출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락 지속되면 수출기업 타격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은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수익성은 높지 않았지만 성장성이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기업이 속출했다. 하지만 달러화 기준으로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기준으로 일본ㆍ유럽 기업에 비해 매우 높았던 매출액 증가율이 달러 기준으로는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2007년 달러당 920원대를 유지했던 원화 환율이 2008년 4ㆍ4분기 평균 1,360원으로 50% 가까이 상승했다. 연간 기준으로 원화는 주요국 통화 중에서 달러화에 대해 가장 많이 절하됐다. 그 덕분에 내수 위축에도 불구, 수출 매출의 원화 평가액이 커지면서 높은 성장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최근 환율 상승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실적 개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환율 효과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 금융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세계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된다는 신호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환율이 계속 하락하고 글로벌 경제회복이 지연되면서 수요 위축이 더해진다면 환율 효과를 누렸던 우리나라 기업의 실적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더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의 실적 부진은 투자심리 위축과 외국자본 유출을 초래, 경기회복을 지연시킨다. 최근 실적이 크게 악화된 업종이 전자ㆍ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업종이라는 점도 우려된다. 전자제품ㆍ자동차 등의 수요는 소득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경기위축으로 소득이 감소할 경우 수요가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수출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다. 올해는 경기부진이 지속되면서 기업들 간의 실적 격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력이 높고 투자여력이 있는 기업들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면서 과점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경기위축으로 기업들이 생존경쟁에 돌입하면서 기존 사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혁신활동은 매우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실적이 악화된 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추진되면서 경쟁구도 변화도 촉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해외 경쟁 기업들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계기로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엔고로 많은 고통을 겪은 일본 기업들의 구조조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 부문의 폐쇄ㆍ축소, 비용절감 등 전통적인 방법 뿐만 아니라 경영진 교체, 대규모 인력감축 등 과거 일본 기업이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강력한 방법도 실행하고 있다. 반면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산업에 대해서는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구조조정등 통해 역량 키워야
환율 효과에 의한 실적에 안주해 앞으로의 경쟁구도 변화에 대비하지 못한다면 환율이 하락할 경우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돼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 실적이 계속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적 전망에서 벗어나 위기의식을 갖고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다.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 부문을 제거하는 동시에 인력확보ㆍ연구개발(R&D) 등을 통해 핵심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경영환경이 더 악화되기 전에 핵심사업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력한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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