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기업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단칸지수'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해 기업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일본은행(BOJ)은 올해 1ㆍ4분기 단칸지수가 지난해 4ㆍ4분기와 동일한 -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전망치 -1보다 낮다. 단칸지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경기가 나쁘다고 보는 기업들이 좋다고 느끼는 기업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이는 올 들어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이고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하락했음에도 기업들은 엔화가치가 다시 반등해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일본 수출기업들은 지난해 10월 달러당 엔화가치가 75엔대까지 치솟으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함에 따라 최악의 실적을 냈다.
이에 대해 구마노 히데오 다이이치생명조사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은 일본경제가 모멘텀을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특히 엔화강세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엔화가 다시 절상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BOJ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대기업 제조업체들은 2ㆍ4분기 경기도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3개월 후의 단칸 전망지수는 -3을 기록했다.
기업들은 또 엔화가 현수준에서 6%가량 절상돼 이번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중 평균 환율이 달러당 78.14엔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BOJ는 이 같은 기업들의 엔화가치 전망치는 조사를 시작한 지난 1997년 1ㆍ4분기 이후 가장 높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들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보는 환율 손익분기점(달러당 82엔)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것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ㆍ전자 분야 등의 일본 대기업들은 엔화가치가 더 떨어져야 한다며 통화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엔화가치가 추가로 하락해야 한다"면서 "적정 환율수준은 95~100엔"이라고 강조했다. 샤프의 새 대표로 취임한 오쿠다 다카시 역시 지난달 19일 "엔화약세는 (수출에) 플러스 요소"라고 밝히면서 "그러나 80엔대는 여전히 부담스럽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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