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빅데이터의 시대다. 빅데이터는 대용량 데이터를 분석해 가치 있는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의사결정이나 미래 예측에 활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기상청은 실시간 기상관측·기상예보·수치모델·기후통계 등 하루에도 수천 기가바이트(GB) 이상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생산해 국민에게 다양한 기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날씨는 오래전부터 빅데이터의 중심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상 빅데이터는 유통·보건·에너지·교통 등 여러 분야와 접목하면서 무한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날씨는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할 때 중요한 결정 요인 중 하나다. 날씨에 따라 판매상품 목록과 진열 순서를 조정하거나 홈쇼핑의 편성표를 변경하는 것은 날씨가 유통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한 편의점 업체는 날씨에 따른 매출과 재고량 상관관계를 분석해 25∼30도 날씨에는 아이스크림 매출이 높아지고 30∼35도 날씨에는 음료 매출이 더 크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결과를 매장 재고관리에 활용해 재고 일수와 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기상정보를 단편적으로 활용한 물류 관리를 넘어 얼마나 소비자의 구매를 정확히 예측하고 재고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느냐가 기업의 성공을 좌우할 것이다. 최근 빅데이터가 유통산업과 결합해 소비자의 인터넷 검색, 과거 구매 이력 등을 분석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제안하는 고객 맞춤형 마케팅과 실시간 재고관리가 주목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때 반드시 참고해야 할 자료가 기상정보이다.
기상청은 날씨 기반의 매출 분석과 기업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신용카드 정보와 날씨 데이터를 활용한 주요 상권, 소비자 유형, 지역별 매출을 분석하고 있다. 이를 기상청 기상정보, 통계청 인구통계 자료, 국토교통부 공간정보, 중소기업청 소상공인 상권정보 등과 융합하면 날씨 상황별 상품을 추천하는 새로운 민간 분야 기상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이처럼 빅데이터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데이터 분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데이터를 서비스화해 다양한 방식으로 유통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다. 기상청도 단편적인 기상정보 제공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상기후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분야와 융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기상서비스를 계속 발굴하고 있다. 예를 들면 날씨 영향을 받는 고혈압 환자의 응급 합병증 위험 예측, 날씨에 따른 도로별 교통사고 위험정보 제공 등이 있다. 더불어 보건·농업·전력 등 부처 간 협업을 통한 기상융합서비스 개발로 국민 생활안전을 위한 맞춤형 공공서비스를 강화하고 민간 부문에서의 새로운 창업 기회와 일자리 창출 등 정부3.0 구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날씨가 소비를 디자인하는 시대, 기상 빅데이터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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