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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국채금리 폭등… 화약고 위에 앉은 유럽 경제

10년물 올들어 첫 9% 넘어… PIIGS 국가도 일제히 급등

금융시장 극심한 변동성

獨 "긴축" vs 佛·伊 "완화" 해법 놓고 여전히 불협화음


"우리는 지금 화약고 위에 앉아 있다."(찰스 위플로즈 제네바대학원 국제경제학 교수)

그리스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16일(현지시간) 1년 만에 9%를 넘어섰다. 지난 2010~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그리스와 함께 부실국가로 묶여 피그스(PIIGS·돼지를 뜻하는 영어 단어와 유사한 발음) 취급을 받았던 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스페인 국채 수익률도 하루 사이 일제히 1%포인트 이상 뛰었다. 제2의 그리스발(發) 재정·금융위기가 목전에 다가왔지만 해법을 놓고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18개국) 국가들은 불협화음만 내며 시장 불안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잇단 경고에도 유로존의 모습은 4년 전 재정위기 당시를 닮아가고 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7%대에 머물렀던 그리스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장중 9.019%까지 치솟다가 전일 대비 1.108%포인트 오른 8.962%에 마감했다. 그리스 국채 수익률이 9%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9일(9.01%) 이후 처음이다. 포르투갈(3.476%), 아일랜드(1.835%), 이탈리아(2.579%), 스페인(2.215%)의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이날 일제히 1%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가격과 반대 흐름을 보이는 국채 수익률이 상승한다는 것은 투자자금이 그만큼 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유럽 대표기업 300곳의 주가 흐름을 종합한 FTSE유로퍼스트300지수는 전날 3.22% 폭락한 데 이어 이날도 0.49% 추가 하락했다. 보합으로 마감한 독일 증시를 제외한 모든 유로존 주식시장이 하락 마감했기 때문이다.

유럽 금융시장이 이처럼 요동치는 데는 그리스가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현재 진행 중인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당초 예정보다 1년 빠른 오는 2015년에 졸업하겠다는 그리스 정부의 최근 발표가 오히려 투자자들의 불신을 자극했다. 현재 그리스 국내 여론이 재정긴축을 추진하는 현 정부보다 구제금융 조기 졸업에 반대하는 야당에 우호적이어서 투자자들은 현재 추진되는 재정개혁이 되레 후퇴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쪽에 베팅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불신과 우려가 그리스에 그치지 않고 피그스로 상징되는 주변 재정부실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말 그리스 정부가 재정적자를 실제보다 축소 발표해 대외 신뢰도가 하락한 것을 계기로 다른 국가들의 동반 추락을 불렀던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때와 매우 흡사한 모습이다. 당시에는 그나마 유럽 최강국인 독일이 유로존 경제의 보루였지만 지금은 독일마저 우크라이나 사태로 제로성장 위기에 놓인 점을 감안할 때 상황은 오히려 지금이 더 좋지 않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롬바드오디에자산운용의 살몬 아메드 글로벌 채권 스트래티지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16일 투자자들은 유럽 재정정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 것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유럽 금융시장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로 표현한 위플로즈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현재 보는 모습을 통해 유로존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는 점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시장의 불안과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지만 유로존 각국은 사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는커녕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불협화음만 내고 있다. "재정을 투입해 시장을 우선 살리고 보자"는 프랑스·이탈리아 등과 "긴축 등 개혁이 선결돼야 한다"는 독일 및 일부 북유럽국이 대립구도를 보이는 것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제성장을 다시 촉진시키는 게 시장안정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며 23일로 예정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재정완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베를린에서 의회연설에 나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로존 내 모든 회원국은 (정부 부채 및 재정적자와 관련해) 강화된 원칙을 전적으로 존중해야 한다"며 올랑드의 요구를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WSJ는 "현재와 같은 유럽 시장 부진이 계속된다면 예산 및 은행·구제금융 분야 등에서 새로운 원칙을 도입해 유로존을 더욱 단단히 만들겠다는 리더들의 의지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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