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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vs 서머스 '블로그 대전'

'구조적 장기침체' 가설 놓고

반박·재반박글 게시 설전

경제학계의 거물인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이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 가설을 둘러싸고 블로그 대전을 벌여 화제가 되고 있다.

선공은 버냉키 전 의장이 날렸다. 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특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브루킹스연구소 홈페이지에 개설한 개인 블로그에서 장기침체 가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구조적 장기침체는 지난 1930년대 대공황기의 경제학자 앨빈 핸슨이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서머스 전 장관이 2013년 다시 들고 나와 경제학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머스 전 장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부진은 만성적 수요둔화, 투자감소, 생산성 저하 등에 따른 것으로 장기화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버냉키 전 의장은 "미국 경제가 완전고용에 가까워지는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하면 최근 저성장은 금융위기에 따른 일시적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그는 투자기회 부족으로 실질 균형금리가 장기간 마이너스를 유지할 수 있다는 서머스 전 장관의 주장에 결함이 있다고 비판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일 경우 거의 모든 투자가 수익을 내게 되면서 결국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고 한 나라의 경기가 침체됐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투자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서머스 전 장관도 다음날 바로 자신의 홈페이지에 '버냉키에게 보내는 답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대다수 국가의 성장률 전망치가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됐다"며 "세계 경제가 과도한 저축이라는 만성적 문제에 직면하면서 글로벌 차원의 수요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불과 몇 시간 만에 다시 반박글을 올렸다. 그는 아시아 신흥국, 중동 산유국 등 일부 국가들에서 저축 과잉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는 중국이 내수 중심으로 성장 모델을 바꾸고 신흥국의 외환보유액 증가세가 느려지면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침체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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