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총리의 사의표명과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사퇴로 내각과 청와대 개편이 늦어지면서 관료사회가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세월호 사태에 책임을 지고 지난달 27일 사퇴의사를 밝힌 정 총리는 후임 총리가 정해지지 않아 '시한부 총리'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안 총리 후보자마저 전관예우 논란에 휘말려 지난 28일 낙마함에 따라 정 총리는 허명(虛名) 총리라는 부담을 안고 내각을 총괄해야 하는 어정쩡한 모양새가 됐다. 나라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끈 떨어진 갓' 신세가 됐다. 경제정책 혼선에다 리더십 부재로 야당은 물론 여당으로부터도 비난과 질타를 받으며 2기 내각의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됐다. 경제부처의 한 관료는 "경제부총리의 위상이 떨어지고 경제팀이 대폭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세제개편 등 핵심 정책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구심력은 없고 원심력만 팽배한 상황"이라고 느슨해진 관가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도 휘청거리고 있다. 인사위원장을 맡은 김기춘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에 대한 부실 인사검증으로 수세에 몰리며 여당인 새누리당에서조차 "교체해야 한다"는 맹렬한 공격을 받고 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이 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발표했던 정부조직 개편안이 며칠 만에 바뀌면서 '청와대 비서실이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고 있는가'라는 불신까지 사고 있다. 북한 핵과 미사일 발사 위협이 상존하는 엄중한 시기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임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은 7일째 공석이다. 박 대통령은 22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을 전격 경질했지만 후임 인선은 깜깜무소식이다.
이에 따라 점점 이반되는 민심을 되돌리고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기 총리 지명 및 내각과 청와대의 전면개편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내각과 청와대의 실책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허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박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청와대와 내각에 대한 전면적인 인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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