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경제가 3·4분기에 다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존이 금융위기 이후 트리플딥(삼중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여전히 회복세가 미미해 추가부양 압력은 여전히 크다.
14일(현지시간) 유럽통계청에 따르면 3·4분기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2% 성장했다. 이는 전 분기 성장률(0.1%)과 전문가 예상치(0.1%)를 모두 소폭 웃도는 성장세다.
유로존 1·2위 경제 대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플러스 성장세로 반등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지난 2·4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경기침체 우려가 컸던 독일이 이번 분기에는 0.1% 성장했다. 2·4분기 GDP 성장률 수정치가 기존 -0.2%에서 -0.1%로 상향 조정된 점도 긍정적이다. 낮은 실업률을 바탕으로 견조한 가계소비와 수출이 회복을 이끌었다.
프랑스는 1·4분기와 2·4분기에는 각각 0%, -0.1%의 부진한 성장률을 나타냈지만 3·4분기에는 0.3%의 성장세로 돌아섰다. 이는 전문가들의 전망치(0.1%)를 0.2%포인트 넘어선 수준이다. 구조개혁을 지속하고 있는 스페인도 0.5%의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6년간 경기침체에 시달렸던 그리스는 0.7%의 깜짝 성장세를 보여 구제금융 조기졸업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유로존이 3·4분기에 예상보다 양호한 경제성적표를 내놓으며 세 번째 경기침체 공포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회복세는 미약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카르스텐 브레제스키 ING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경기의 리세션 진입 우려는 사라졌다"면서도 "안심하긴 이르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유로존 3대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의 GDP 성장률은 3·4분기에도 -0.1%를 기록하며 2011년 2·4분기 이후 마이너스 성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확정치)도 0.4%에 불과해 유럽중앙은행(ECB)의 물가 목표치인 2%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ECB에 대한 경기부양 압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 들어 ECB는 금리 인하와 커버드 본드 매입 등 부양정책을 수차례 내놓았지만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날 유로화 환율은 약세를 나타냈다. 유로화 환율은 GDP 발표 직후 유로당 1.2443달러를 기록하며 전날 종가인 1.2465달러보다 소폭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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