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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미술에도 현지화 전략 필요하다


한국 미술계에는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다. 백남준 이후 국제적 지명도가 높은 글로벌 작가가 나오지 않고있는 것이다. 문화융성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한국이 세계적인 유명작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에 비해 중국·일본·인도 등 주요 아시아권 국가는 핫한 작가들을 배출하며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예를 들면 세계적인 미술잡지 표지에 중국 현대미술 열풍을 불러일으킨 스타 작가들이 자주 등장한다. 바로 중국 현대미술의 4대 천왕으로 불리는 쟝샤오강·쩡판즈·팡리쥔·웨민쥔이다. '일본의 앤디 워홀'에 비교되는 무라카미 다카시와 '전위미술의 살아 있는 전설'인 구사마 야요이는 세계적인 미술관과 메이저 화랑이 초대전 경쟁을 벌이는 인기작가다.

대체 한국에서는 왜 세계적인 거장이 나오지 않는 걸까. 필자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현지화 전략 부재를 꼽는다.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화 마케팅에 가장 중점을 두는 것처럼 미술정책도 각국의 문화적 특성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고려한 맞춤형 현지화 전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나라별·지역별 미적 취향과 선호하는 작품이 분명 다른데도 국내 미술계가 선호하는 작가들을 입맛대로 선정해 "한국에서 통하니 중국이나 미국에서도 되겠지"라는 일방통행 식으로 진출시키니 성공사례가 나올 리 없다. 따라서 문화체육관광부·문화예술위원회, 국립현대미술관 및 미술계는 한국 미술 세계화의 답을 현지화 전략에서 찾는 정책과 사업을 펼쳐야 할 것이다.



"고상한 미술에 웬 전략?"이라는 고정관념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일본의 비즈니스 전략 컨설턴트인 스즈키 히로키의 조언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전략은 인간이 직면하고 있는 장애물을 뛰어넘는 생각의 무기다"라고 말이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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