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저유가 현상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출시된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빠른 속도로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저유가 기조는 언젠가 끝나게 될 일시적 현상"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정부가 현재 하이브리드차에 주어지는 세금 감면 혜택에 더해 곧 출시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에 대해서도 세금 감면을 위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면서 향후 친환경차 시장의 성장세는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토요타는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이 7,516대를 기록하면서 2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역대 최고 판매량은 지난 2012년에 기록한 6,000대였다. 한국토요타의 지난해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은 2013년(5,622대)보다는 34%나 늘어난 수치다.
한국토요타는 연비 효율이 좋은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워 독일 디젤차와 경쟁하고 있는 대표적인 수입차 업체다. 현재 한국토요타는 렉서스 6종, 도요타 2종 등 총 8종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압도적인 실적을 자랑하는 차는 중형 세단인 '렉서스 ES300h'다. 이 모델의 지난해 판매 실적은 4,386대로 한국토요타의 전체 하이브리드 판매량의 58%가량을 홀로 책임졌다. 최저가 트림(세부모델)의 가격이 4,950만원인 이 차는 연비가 16.4㎞/ℓ에 달한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강세는 국산차 시장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실제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2만7,820대로 전년(2만2,053대) 대비 26.1%의 성장세를 보였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쏘나타' '그랜저' 'K5' 'K7' 등 총 4종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차종별로는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1만3,512대로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그랜저 판매량의 14.5%에 달하는 수치다.
이처럼 국내외 브랜드를 가리지 않는 영토 확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기차가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대중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하이브리드는 친환경 분야의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저유가가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면 높은 연비를 바탕으로 한 친환경성은 지속 가능한 가치라는 사실을 많은 소비자가 인식하고 있다"며 "전기차가 대중적으로 널리 보급될 때까지 하이브리드의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올해부터 PHEV 모델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점도 시장 확대를 견인할 요소다. PHEV는 순수 전기차와 같이 배터리를 충전한 뒤 처음에는 전기모터의 힘만으로 달리다 배터리가 소진되면 엔진을 켜고 기존 하이브리드카처럼 달린다.
현대차와 메르세데스벤츠·BMW 등은 올해 일제히 PHEV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에 발맞춰 정부도 복합연비 18㎞/ℓ 이상의 PHEV를 세제 감면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최근 결정하면서 성장 속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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