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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교육이란 행복한 삶의 비전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 학교는 기성세대의 잣대로 아이들에게 일방적인 생각만을 강요해온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다수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이나 행복을 위해 공부하기보다는 등수만 올리기 위한 공부에 내몰렸다. 도시가 아닌 궁벽산촌 문경이라는 동네에 살고 있는 필자는 우리 아이들을 획일적이고 숨막히는 경쟁 속으로 등을 떠밀어야 한다는 현실이 늘 안타까웠다.
다양한 진로체험 학생 만족도 높아
그러던 중 몇 개월 전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학생 개개인의 꿈과 끼를 살려주는 자유학기제를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비록 한 학기이긴 하지만 지필고사가 없어진다고 했고 수업 방법도 기존의 주입식이 아니라 학생활동 중심으로 바뀐다고 했다. 게다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진로탐색의 기회를 많이 제공해준다 하니 학부모 입장에서 더없이 기대가 됐다.
자유학기제가 시행된 지난 2학기 내내 우리 가족은 1학년에 재학 중인 막내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대화를 나누고 즐거워했다. 아이는 "시험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 학교 수업이 재미있어졌고 선생님의 수업 방법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귀띔했다. 또한 여러 교과 내용을 통합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여러 선생님이 동시에 교실에 들어오기도 하고 많은 지식과 이론을 설명으로만 들을 때보다 직접 자료를 찾아 나서고 친구들과 함께 토론을 하다 보니 더욱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울 수 있다고 자랑한다.
학생들의 진로탐색 활동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최신 시설과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 힘든 농촌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학교에서도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하는 것 같았다. 우리 지역의 공공기관과 문화시설, 특성화 학교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도자기 제작 체험이나 지역축제 탐방, 직업체험과 시설견학 등 다양한 진로체험 활동을 진행했다. 그동안 나고 자라왔던 동네였지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체험하며 우리 아이들이 무척이나 즐거워하고 행복해보였다. 그러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가족을 생각해보고 지역사회의 생활 모습을 둘러보며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가야 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을까.
특히 시골 아이들의 시야를 넓히고 더 넓은 세상을 보여 주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온종일 진로체험 학습을 떠나는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이 직접 장소를 선정하고 체험 코스를 선택하는 맞춤형으로 진행돼 아이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았다고 한다.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따라 첨단산업 시설을 견학하기도 하고 문화예술 체험, 요리체험, 방송 및 의정 체험 등 다양한 진로 체험활동들로 자신의 미래를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나갈 수 있게 됐다고 확신한다.
인성·꿈 키우는 교육환경 조성해야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사회라고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도덕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좋은 학벌, 좋은 직장이 아니어도 열심히 살고 더불어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꿈과 끼를 키워주는 자유학기제에 더 큰 희망을 갖고 더 잘 되기를 바라며 더 많은 관심과 열망을 갖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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