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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은 일 충실히 해내 장애우 롤모델 될 것

장애인고용공단 지원사업 뽑혀 SK플래닛 첫 출근한 조상협씨

조상협(왼쪽)씨가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회사 관계자에게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장애인고용공단

"맡은 업무를 충실히 해내 다른 장애인들이 닮고 싶어하는 롤모델이 되겠습니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SK플래닛 건물로 들어서는 조상협(26ㆍ사진)씨가 첫 출근 소감을 굳은 다짐으로 대신했다. 조씨는 자폐성 장애(3급)인으로 앞으로 SK플래닛에서 전사 CSR(기업의 사회책임)를 담당하는 CR팀 소속 직원으로 일하게 된다.

그가 장애를 딛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대기업 계열사에 당당히 입사하기까지는 가족과 학교ㆍ사회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됐다.

생후 8개월 무렵 조씨는 어머니와 눈도 잘 마주치지 않았고 품에 안기기조차 싫어할 정도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었다. 조씨의 어머니는 그가 조금씩 세상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묵묵히 사랑으로 가르쳐왔고 조씨의 자립심도 서서히 커져갔다.

유독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조씨는 언어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한국복지대 컴퓨터영상디자인과에 다니던 조씨는 일본어 자격증을 따낸 것을 계기로 학교의 지원을 받아 일본 인턴십 웹디자인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이어 조씨는 SK플래닛이 후원하고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연구팀이 운영하는 장애인 대상 디자인스쿨 과정에 들어가 지난해 8월 수료한 뒤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 '오티스타'에 디자이너로 입사, 직장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성실히 일해온 조씨 앞으로 지난달 행운이 찾아왔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중증장애인의 대기업 고용창출 모델을 개발하고자 추진한 '자폐성 장애인의 디자인 분야 직업영역개발사업'에 선발된 것. 이 사업의 도움을 받아 조씨는 SK플래닛 취업이라는 또 다른 성공을 해냈다.



그는 "그림 그릴 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면서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어 기쁘다"며 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이어 "디자이너로서 오티스타를 지원하는 일을 할 것"이라며 "장애인도 회사에서 맡은 일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자폐성 장애인은 취업할 수 있는 분야가 좁은데 조씨의 취업을 계기로 새로운 고용모델을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며 "중증장애인을 위한 직업영역개발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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