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에서 재료와 레시피만 수입해서는 제대로 된 번을 만들 수 없습니다. 동남아 현지의 제조 기술을 그대로 들여와야 전통 번의 맛을 재현할 수 있습니다" 번 전문점 '번앤펀'(www.bunnfun.co.kr)을 운영하는 케이디코리아의 이수규 대표는 전통 번 맛의 비결은 재료보다 기술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번은 껍질은 바삭한 반면 속살은 야들야들한 둥근 빵을 말한다. 원래 영국에서 유래됐지만 영국의 식민지 통치 시절 말레이시아ㆍ홍콩ㆍ싱가포르 등 동남아로 퍼지면서 이젠 동남아를 대표하는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2년여 전부터 알려지기 시작해 현재 젊은층을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현지 기술자 통해 본토의 맛 살려= 번앤펀의 대표 메뉴는 커피번이다. 말레이시아에서 개발된 커피향 토핑이 가미된 제품으로 현지의 맛을 살리기 위해 생지(반죽을 숙성시킨 반제품)를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한다. 커피 토핑도 국내 업체들이 대부분 커피 오일을 사용하는 데 반해 번앤펀은 천연 커피 아로마를 사용, 커피 향기가 훨씬 부드럽다. 번앤펀은 특히 본고장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 계약을 맺은 말레이시아 현지 기술자가 주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해 가맹점주에게 직접 조리교육을 실시토록 하고 있다. 현지 기술자는 또 번앤펀의 신 메뉴 개발과 테스트 등도 담당한다. 이 대표는 "말레이시아 본토의 번 맛을 살리기 위해 제품을 수입하는 것보다 현지 기술자를 데리고 오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특히 현지 기술자를 통해 동남아에서 최근 뜨는 아이템을 국내에 실시간으로 소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메뉴가 번앤펀에서만 판매하는 프로스번이다. 프로스번은 싱가포르의 한 매장에서 1년 동안 130만개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가 높은 번이다. 빵에 크림을 바르고 그 위에 닭고기, 오징어, 돼지고기, 소고기를 말려 얇게 자른 어육포 가루를 토핑한 제품이다. 또 번앤펀은 다른 번 전문점과 차별화를 위해 커피 메뉴를 커피 전문점 수준으로 강화했다. 이 대표는 "커피 판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바리스타 교육기관에서 가맹점주들이 커피 창업 전문가 과정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며 "번과 함께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해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번앤펀에서는 이 외에도 틈새시장 공략을 위해 조각케익과 미니케익 등 케익류도 취급한다. 현지서 재료·기술등 도입…바삭바삭한 빵맛 일품
커피맛도 전문점 수준·미니케?葯?함께 판매'차별화'
올수도권 적극공략…이르면 이달中에도 점포 오픈
◇올해 수도권 적극 공략 방침= 번앤펀의 장점은 전문인력이 필요 없어 인건비 부담이 작다는 점이다. 본사에서 번 생지와 크림 등을 공급하기 때문에 가맹점은 재료를 받아 발효시킨 후 토핑을 얹어 굽기만 하면 된다. 초보 창업자도 3일 정도 교육을 받으면 조리가 가능하다. 이 대표는 "가맹점주가 직접 매장을 운영할 경우 주방보조 및 판매원 1명과 피크타임 때 판매보조 인력 1명 정도만 추가하면 충분히 운영할 수 있어 인건비가 낮다"고 말했다. 본사도 재료 공급과 신 메뉴 개발만 담당하고 교육ㆍ홍보, 상권 입지 분석 및 점포 물색 등은 외부에 아웃소싱해 조직을 슬림화했다. 번앤펀은 현재 대구ㆍ경북지역을 중심으로 16개의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또 분당점을 오픈하고 수도권 공략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수도권에 매장을 적극적으로 오픈하며 전체 매장 수를 70여개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번앤펀은 해외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이 대표는 "3월이나 4월께 중국 베이징과 창춘 등에 점포를 오픈하고 장기적으로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며 "중국의 경우 아직 번 시장이 형성 초기 단계라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번앤펀의 창업비용은 49m²(15평) 기준으로 가맹비 1,000만원, 인테리어 3,300만원, 장비ㆍ집기 3,200만원, 교육비 300만원 등 모두 8,500만원 정도가 든다. 다른 번 전문점들의 창업비용이 1억2,000만원 정도인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우연한 기회에 번 시장 뛰어들어= 신재생 에너지 업체를 운영하던 이 대표는 우연한 계기로 번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원료 수입 문제로 한 번 전문점과 갈등을 빚던 가맹점주들이 협의체를 구성하고 이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현재의 번앤펀이 탄생하게 된 것. 당시 이 대표와 알고 지내던 한 가맹점주는 말레이시아에 지사를 갖고 있으면서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위해 동남아를 자주 드나들던 이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이 대표는 말레이시아 지사를 통해 현지 시장상황을 분석한 후 말레이시아 업체와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키고 지난해 8월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1990년대 초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직접 운영해본 경험도 이 대표가 번앤펀을 론칭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번이 한창 인기를 끌자 일부 업체들이 품질 관리에는 소홀히 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됐다"며 "철저한 품질 관리를 통해 번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유지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주와의 협력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며 "제품을 테스트하고 론칭할 때 기존 가맹점주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는 등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