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엘리엇에도 투자하는 '펀드오브헤지펀드' 회사의 한 관계자는 "엘리엇이 삼성물산에 이사진을 파견하고 (현행 합병비율에 제동을 걸기 위해) 위임장 대결을 벌일 계획으로 안다"고 밝혔다. 펀드오브헤지펀드는 투자가들의 자금을 모아 여러 헤지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엘리엇 최고경영자(CEO)인 폴 싱어는 하버드대 로스쿨 법학석사 출신으로 법적 분쟁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건도 위임장 대결에서 패배할 경우 소송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 엘리엇은 아르헨티나의 기술적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 페루·콩고 국채 원금 반환, 독일 P&G의 웰라 인수 등에서도 소송을 상대방 압력 수단으로 자주 사용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엘리엇 측의 다음 행보를 예상하려면 가장 최근 사례인 독일 공구제작 업체 DMG모리세이키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올 1월 중순 일본 DMG모리세이키Co Ltd가 제휴사인 독일의 DMG모리세이키AG(옛 길드마이스터)의 기업가치를 22억유로로 산정하고 합병계획을 발표하자 1월27일 엘리엇은 DMG모리세이키AG 지분을 5% 이상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어 엘리엇은 지난달 지분율을 15%까지 늘렸고 매각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사업구조, 부채비율 개선, 배당 등 경영 전반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DMG모리세이키Co Ltd의 지분율이 52.5%에 달해 엘리엇의 계획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엘리엇이 앞으로 1년 내 지분을 추가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데다 3~5년간 보유할 것으로 보여 분쟁 장기화가 예상된다는 게 로이터의 설명이다. 지속적으로 경영간섭 의지를 밝히는 과정에서 주가도 오르고 있어 엘리엇으로서는 아쉬울 게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최근 엘리엇이 취약한 지배구조를 가진 아시아 기업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 삼성으로서는 우려되는 요인이다. 엘리엇은 지난해도 홍콩 재벌 데이비드 리 회장이 지배하는 동아시아은행 지분을 매입했다. 이후 올 3월 엘리엇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너 일가가 신주를 발행해 일본 미쓰이스미토모금융그룹에 매각하자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주 가치를 희석시켰다'는 이유로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재 미쓰이스미토모이 지분율이 기존의 10%에서 17%로 늘면서 리 회장의 우호지분도 44%까지 올라가 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싱어는 지분취득 사실을 공시한 뒤 한두 자리의 이사진 파견, 사업구조 재편, 배당 증가,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기존의 투자행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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