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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규제완화를 포함해 재건축·재개발 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 그 일환으로 국토교통부는 재건축·재개발 과정의 비리를 막고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입안된 공공관리제로 정비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재건축을 추진하는 주민들이 선택하면 공공관리제 적용을 면해주기로 했다.
주민 뜻 무시 조합장 월권 지나쳐
하지만 재건축 촉진을 위해 정작 필요한 사항은 조합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정부의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하는 데 있다고 본다. 재건축 추진이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조합 임원의 월권과 비리로 조합과 주민 간에 발생한 갈등과 이에 기반한 지루한 소송에 기인한다. 조합의 부정 및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아파트 관리나 조합 운영 실태를 점검하는 등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이 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암암리에 진행되는 부정부패를 막기에는 한계가 많은 듯하다.
광복 이후 이룬 양적·물질적 성장에 비해 인권과 민주주의의 품격과 질은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사실은 세월호, 병영 내 인권유린 사태뿐만 아니라 주민자치의 실험장이라 할 수 있는 재건축 조합의 운영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대규모 재건축 사업장 주민총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목도했다. 예컨대 조합이 수백만원을 주고 고용한 사회자의 편파적 의사진행, 조합장의 월권과 전횡을 내부고발한 감사를 향한 조합장과 그 측근들의 폭압적 야유 등. 험악한 분위기에 압도돼 많은 조합원들이 하고 싶은 말을 못한 채 급기야는 자리를 떠나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조합은 주민의 돈을 규모 있게 쓰는 데도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조합장은 500만원에 달하는 월급과 연 400%의 상여금을 받는다. 업무추진비 및 판공비 등 비급여 지출도 월 1,000만원이 넘는 수준이다. 웬만한 중소기업 사장 뺨치는 황제 대우인 셈이다.
관리감독 강화 주민자율성 높여야
자기 재산이 물처럼 새나가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주민들은 무지하거나 연로해서 혹은 너무 점잖아서, 무엇보다 조합장과 측근들의 위세가 너무 등등해 벙어리 냉가슴으로 조합의 비리를 묵과하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조합장이 재건축 과정에서 정비업체·감정평가업체·사업시행자 등과의 밀실거래로 한몫을 챙길 것을 염려하고 있다. 이 모든 불순행위의 결과가 주민들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오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공관리제의 면제 혹은 폐기를 통해 의도하는 바는 재건축 추진을 촉진하고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의 자율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주민자율성 증대는 조합의 투명성과 민주적 책임성이 보장될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고 조합과 조합장이 불법을 자행하는데도 주민들이 이를 통제할 능력을 상실한 지역에서는 공공관리제 폐기가 오히려 조합의 부정과 비리를 더욱 방조하는 개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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