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상륙작전으로 한반도의 적화를 막아낸 맥아더 장군의 생애를 객관적으로 조명한 책이 나왔다. 맥아더의 생애와 그의 사상을 살피는 이 책은 전반부에서 군인 집안이라는 가계와 기독교라는 사상적 배경부터 훑는다. 특히 군인 집안이라는 배경은 1899년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게 했고, 공산주의를 미국의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게 했으며, 나아가 세계 평화를 해치는 일종의 전염병으로 인식하게 했다.
맥아더는 이에 대한 유일한 처방으로 기독교 사상의 보급과 강력한 무력응징을 꼽을 정도였다. 맥아더는 자신이 관할하던 중국, 일본, 필리핀, 한국까지도 기독교 국가로 변모시키고자 했을 정도였다.
실제로 해방 이후 한국현대사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그 강도를 달리한 채 매우 깊숙하게 자리 잡았다. 미국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도 친미에서 반미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었다. 이와 같은 인식의 차이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인물이 바로 맥아더다. 이 책은 한편에서는 친미주의자들의 숭배 대상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반미주의자들의 비판 대상으로 간주되는 맥아더를 좀더 객관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책은 후반부에서는'한국전쟁과 맥아더'라는 화두에 주목한다. 한국전쟁 발발 후 맥아더사령부가 한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확전하려고 했을 때 과연 그의 속내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조명한다.
그 작업은 세계전쟁사에 유래가 없을 정도의 대성공으로 알려진 인천상륙작전이 과연 적에 대한 성공적인 기습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지에 대한 재평가처럼 비쳐진다. 일각에서는 인천상륙작전이 인민군에게 노출되었으나 그들의 상황 판단 실패로 인해 방어의 기회를 놓친 것으로 의미를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이 책은 북한노획문서 등을 통해 그 같은 인천상륙작전의 의미에 대한 재평가를 시도했다.
또 중국군의 대규모 참전으로 유엔군이 밀리자 핵을 무기로 확전을 구상하게 된 배경을 맥아더사령부 문서철을 통해 추적하고 있다. 방대한 양의 관련 자료와 문서철을 바탕으로 맥아더와 역사의 순간을 재조명한 이 책은, "맥아더는 단지 자신의 입장에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자 한 전형적인 군인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어쨌거나 한국현대사의 풍부한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정책의 핵심기관이자 전쟁의 수행 당사자였던 맥아더와 그 사령부에 관한 연구는 매우 빈약하고 사실상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었다. 해방 직후 미국의 한국정책에 관한 연구는 워싱턴 당국과 주한미군정·주한미대사관 사이에 집중되어 있으며 대한(對韓)정책을 집행·감독하던 중개자로서 맥아더와 그 사령부의 역할에 대한 연구는 미진한 상태였다.
따라서 이 책은 맥아더와 그 사령부가 가진 한국에 대한 영향력 및 한국전쟁 수행전략을 인식하고 재평가하는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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