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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자기합리화의 함정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고 간 투자회사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단지 경영실패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시 서브프라임모기지 상품의 위험성을 깨닫고 다른 금융사들이 발을 빼는 동안 리먼브러더스는 오히려 투자규모를 늘려 손실을 키웠고 여기에 자신들의 오판을 인정하지 않은 경영진이 결정타를 날렸다. 그들은 50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분식회계로 숨겼다. 잠시 덮어두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자기합리화가 사태를 악화시켰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신념이 행동과 일치하지 않으면 불편함을 느낀다.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다. 이 이론에 따르면 믿음과 다른 결과에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마음의 불편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땅히 신념에 따라 태도와 행동을 바꿔야 하지만 보통은 현실에 신념을 끼워 맞춰 자기위안을 삼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났을 때 사고원인과 초기대응 실패를 은폐했던 도쿄전력 임원들이나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선장을 비롯한 선원, 정부 당국 책임자들은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현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해석했지만 결과는 비극적이었다.



사건 당사자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제3자에게도 비슷한 태도가 나타난다. 육군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으로 재차 불거진 군대 내 고질적 인권문제는 군대를 다녀온 이 나라 남자들의 마음을 또다시 불편하게 했다. 폐쇄적 공간과 '까라면 까라' 식의 상명하복으로 질서가 유지되는 군대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폭력의 정당성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반인륜적 가혹행위·구타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선·후임 대대로 '군대니까 된다'는 자기정당화가 반복되면서 만들어진 환경 탓이다.

세월호 참사, 강원 고성 전방초소 총기 난사사고 등이 터진 후에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만 높았다. 모두가 그 시급성에 공감하면서도 스스로 개혁의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은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4개월 만에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하루 앞두고서야 부랴부랴 특별법을 처리하겠다고 부산을 떠는 무능한 국회나 국정 혁신에 미진한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시선은 무뎌지고 있다. 월드컵과 선거 이벤트처럼 아픔을 적당히 잊게 해주는 진통제 욕구만 커진다. 진통제는 잠시 통증을 잊게 해줄지언정 근본적 병인을 찾지도, 치료도 할 수 없다. 모두가 집단적 자기합리화에 빠지는 동안 행복한 세상은 멀어진다.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없는 편치 않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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