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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6월 9일] 국내서 홀대받는 세계 최고 기술

"우리 손으로 이뤄낸 세계 최고의 기술력이 정작 한국 시장에서는 홀대받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지난달 25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만난 송진철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은 국내 시장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했다. 이날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의 첫선을 보인 날이었다. 분속 1,080m(시속 64.8㎞)의 속도를 자랑하는 이 엘리베이터는 높이 155m의 50층 건물을 올라가는 데 불과 24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속도와도 같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인 대만 타이베이 101빌딩에 설치된 일본 도시바의 제품(분속 1,010m)보다도 훨씬 앞서는 속도다. 초고속 엘리베이터의 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최대 운행거리 역시 600m(150층 이상)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처럼 세계적인 기술력을 과시하는 축제의 자리임에도 송 사장이 마냥 웃기만 할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엘리베이터는 신규 승강기 설치대수 기준으로 명실상부한 국내 1위(점유율 43%) 업체다. 하지만 유명 랜드마크 빌딩의 경우 대부분 외국계 회사들이 설계를 맡고 있다. 결국 도면 제작단계에서부터 철저히 외국계 회사를 중심으로 뭉치다 보니 건물 내 엘리베이터 역시 외국계 기업의 몫으로 넘어가게 마련이다. 국내기업들이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배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한 국내 초고층 빌딩의 승강기 업체 선정과정에서 현대엘리베이터는 경쟁업체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후보명단에서도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문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물들에서조차 국내 엘리베이터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서울의 랜드마크인 63빌딩이나 강남의 대표적 마천루인 무역센터의 엘리베이터 모두 일본ㆍ미국 기업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기술은 외국계 기업이 최고라는 선입견이 아직 남아있는 탓이다. 물론 국산품 애용을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 하지만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국내기업이 외국기업들과의 경쟁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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