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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이상 환자 절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北포격 도발 1년… 연평도는 지금<br>"큰 소리 나면 아직도 불안… 잠 설쳐"<br>의료인 도서지역 근무 기피 안타까워

연평도 보건지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6명의 의료진은 하루 100명에 달하는 환자를 돌보며 연평도 포격 사건의 상흔을 지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 권훈(왼쪽부터) 한방 공중보건의, 박찬 내과 공보의, 정이선 간호사, 임연정 간호사, 김남일 가정의학 공보의, 이재호 치과 공보의가 최선의 진료를 다짐하며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23일 연평도는 북한의 난데없는 포격 도발로 아수라장이 됐다. 어느 새 1년이 다 돼가는 10일 연평도의 겉모습은 그때의 상흔을 잊은 듯 평화로워 보였지만 주민들은 아직도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았던 포격 순간을 잊지 못한 채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북한의 포격 도발 피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포격 당시 연평도 보건지소는 2차 포격으로 건물 일부가 파손되는 손해를 봤다. 다행히도 1차 포격 당시 건물 안에 있던 환자와 의료진은 신속히 대피해 인명 피해는 피할 수 있었다. 연평도 보건지소에서 포격 도발을 직접 겪었던 임연정 간호사는 "해상훈련을 할 때면 포격소리가 이곳까지 들린다"며 "지난해 그 일이 있고 난 후 큰 소리가 나면 아직도 불안하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같은 고초를 경험한 공중보건의 등 다른 사람들은 순환근무로 떠나갔다. 홀로 남은 임 간호사는 "할 수 있는 한 남아서 주민들의 건강을 보살피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평도 주민들 역시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남일 연평도 보건지소장은 "최근 건강검진을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봤더니 작년 포격 이후 50세 이상 환자의 절반 이상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보였다"며 "이들 환자에게는 상담시간을 늘리고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축일을 하고 있는 주민 최성일(48)씨는 "포격 사건 이후 연평도에 군인들이 더 배치되는 것을 보면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곡하게 바란다"며 "해병대 출신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지난해 포격으로 사망한 군인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리다"며 힘들어했다. 연평도 포격 도발이 벌어진 후 가장 먼저 연평도를 찾은 배는 병원선이다.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노력이었다. 황정진 병원선(인천531호) 선장은 "주민의 고초를 생각하니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며 "110톤급인 배가 더 컸더라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5월까지 대연평도에 지하대피호를 갖춘 지하1층, 지상2층 규모의 보건지소를 신축하고 소연평도에도 보건진료소를 설립하는 등 도서 지역 보건의료 서비스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남철 옹진군 보건소 보건행정팀장은 "지난해 포격 사태가 일어난 뒤 도서 지역 근무를 자원하는 공중보건의가 많이 줄었다"며 "간호사도 공무원이 아닌 일반 면허 인력은 섬 지역 근무를 꺼린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아픔을 해소하는 하드웨어는 완성형이지만 이를 어루만져줄 따뜻한 의료인이 필요해 보였다. 연평도 보건지소에 근무하는 4명의 공중보건의는 내년 4월 순환근무로 연평도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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