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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따라해보세요. 깨·알·누·사. 심정지 환자를 보게 되면 당황하지 말고 이 문구를 떠올리세요."
심정지 고위험 환자 보호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교육하던 이명희 고려대안암병원 수간호사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 간호사가 강조하는 깨·알·누·사는 심정지 환자를 발견했을 때의 행동수칙이다. 당황하지 말고 환자의 어깨를 흔들어 '깨'우고 의식이 없을 경우 119에 전화해 '알'린 후에 가슴 한가운데를 강하고 빠르게 '누'르고 주변에 자동제세동기(자동심장충격기)가 있으면 '사'용하라는 것이다.
최근 심정지 고위험환자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이 실시되고 있는 고려대안암병원의 한 강의실을 취재진이 찾았을 때 급성심근경색·협심증·뇌졸중 등 심정지 고위험환자의 가족들이 제대로 된 심폐소생술을 배우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 간호사는 환자 모형 앞에서 인공호흡을 해야 할지, 흉부압박을 해야 할지 주춤거리고 있는 보호자들에게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인공호흡을 하려고 멈칫거리다 보면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을 놓칠 수 있으니 흉부압박을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간호사는 "심정지 환자의 절반가량이 집에서 발생한다"며 "심정지가 발생했을 경우 구급차가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적절히 시행하면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뇌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만큼 단 1초라도 빨리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흉부압박은 분당 100~120회의 빠른 속도로 5~6㎝가 압박되도록 힘 있게 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날 교육을 받은 최창훈(37)씨는 "어머니가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입원 중이어서 와봤다"며 "드라마에서 보거나 예비군 훈련 때 잠깐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직접 교육을 받아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간호사는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팁도 공개했다. 무작정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보다는 "거기 체크무늬 남방 입으신 분 119에 신고해주시고 분홍색 치마 입으신 여성분은 자동제세동기를 가져다주세요" 라고 특정인을 지목해 역할을 분배해야 한다는 것. 남의 일에 나서기 싫어하는 한국인이지만 일단 지목을 당하면 책임감을 느껴 도움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이 교육은 지난해 말부터 고려대안암병원이 질병관리본부와 공동으로 매주 목요일마다 시행하는 시범사업으로 오는 7월까지 시행한 뒤 결과가 좋으면 다른 병원에도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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