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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에게 선물로 준 책 '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가 화제다. 필자가 지난 2001년에 쓴 책인데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총리 인준 때마다 거론된다. 사실 이 책은 공직 생활 대부분을 총리실에서 보낸 필자가 정치 입문 후 공직 사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정리해본 것이며 사실 총리 부분은 한 파트에 불과하다.사람들에게 15년 동안 열여덟 분의 총리를 모셨다고 하면 으레 대부분 누가 최고였느냐고 묻는다. 먼저 역대 총리들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봤다. '1.똑똑하고 부지런한 총리 2.똑똑하고 게으른 총리 3.둔하고 부지런한 총리 4.둔하고 게으른 총리'. 이 중 최고는 2번이고 최악은 3번이다. 다소 흥미 삼아 해본 분류이고 비단 총리뿐 아니라 모든 리더들에게 적용되는 일반적인 리더십 유형이다. 사람들은 이 사람은 몇 번이고 저 사람은 몇 번이라 하며 몹시 재미있어한다.

그러나 정작 필자가 최고의 총리로 생각한 기준은 다른 것이었다. 우리 법 체계상 총리의 권한은 막강하다. 내각을 통할해 대통령을 보좌하고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을 가진다. 하지만 지금까지 법에서 정한 총리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한 총리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내 기준은 실제로 최고까지도 필요 없고 '명실상부 총리라 이름 부를 수 있는 사람이면 최고가 아니겠는가'였다. 역대 총리를 보면 그나마 이회창·이해찬 총리가 제 몫을 하려 했다. 이회창은 그러다 불과 4개월 만에 김영삼 대통령과 충돌해 사퇴했고 이해찬은 노무현 대통령이 통 크게 허용했기에 어느 정도 가능했다. 이 총리 내정자가 법률이 정한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했는데 사실이 그렇다면 이것은 엄청난 폭탄 선언이다.

우리의 총리제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제도이다. 6·25 전쟁 중 발생한 부산 정치파동 와중에 나온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소위 발췌안 개헌으로 탄생한 기형적 권력 구조가 대통령제하의 국무총리제다. 이러다 보니 총리는 옥하옥(屋下屋)으로 사실상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별 볼 일 없는 자리다. 즉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국회가 열리면 대정부 질문을 벌인다. 대통령 지휘하에 내각이 한 일에 대해 국회의원이 추궁하고 그다지 관여조차 못한 총리가 답변을 한다. 공허하기 그지없고 어찌 보면 매우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은 국무총리에게 별 관심이 없다. 국무총리가 누구냐고 열 사람에게 물으면 한두 사람이나 알까 말까다. 오로지 서울 여의도에서 정치로 먹고사는 정치인·언론인들만의 관심사항이다. 국민의 삶과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라는 얘기다. 이런 총리가 최근 대통령에게는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고 있다. 총리 인준 청문회 때문이다. 알다시피 지난해 두 명의 총리 내정자가 인준 절차도 못 밟고 자진 사퇴했다. 이런 식의 청문회라면 황희 정승도 통과가 어렵다는 자조적인 한탄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총리가 되는 당사자를 빼고는 그 누구에게도 별로 이롭지 않은 이 총리제를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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