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개를 훌쩍 넘는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은 대기업을 포함한 전체 사업체의 99%, 전체 종사자의 88%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은 곧 이 나라의 땀방울이자 경제발전의 핵심 동력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통계에 따르면 신규 사업체의 3년 생존율은 50%에도 못 미친다. 창업 후 1년 동안에는 70%가 생존하지만, 2년이 지나면 55%만이 문을 열 수 있고 3년을 버틴 사업체는 45%밖에 안 된다고 하니 생존경쟁이 얼마나 치열한 지 짐작할 수 있다.
이노비즈 특례ㆍ코넥스 새 기회
이런 막막한 환경 속에서 중소기업이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무엇보다도 원활한 자금 조달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중소기업의 외부자금 조달 경로를 살펴보면, 은행을 통한 간접금융 조달 비중이 전체의 80%를 넘는다. 여기에 정책자금을 더하면 90% 중반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외부 자금원은 대부분 은행대출 등 간접금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대기업의 경우 은행대출 등 간접금융 조달이 아닌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비중이 지난 2009년 53.9%, 2010년 52.4%, 2011년 72.2%로 매우 크다. 이와 달리 우리 중소기업들의 직접금융 조달 비중은 2009년 5.4%, 2010년 3.7%, 2011년 2.5%로 상당히 낮을 뿐만 아니라 계속 낮아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비중을 살펴보더라도 중소기업의 사업자금 확보는 하늘의 별 따기인 듯하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를 보더라도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경기나 은행의 수익성 변화, 건전성 확보를 위한 규제 강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는 특히 간접금융 비중이 높은 우리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에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런 간접금융에 대한 중소기업의 편식이 어제오늘만의 얘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최근 정부가 연이어 발표했던 직접금융 활성화 대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우선 금융위원회가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활성화를 위한 코스닥 상장제도 개선안을 발표해 4월23일 한국거래소 상장규정이 개정됐다. 상장특례 적용을 기술기반 기업인 '기술혁신형중소기업(이노비즈ㆍINNOBIZ) 인증기업'으로 확대해 중소기업의 직접금융 활용을 도모해 보자는 취지다. 또한 올 하반기에는 중소기업 전용으로 새로운 주식시장인 코넥스를 개설한다고 한다. 기존의 프리보드나 코스닥시장 등 중소기업에 특화한 자본시장의 역할 분담을 이번에는 좀 더 내실 있게 만들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나아가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이노비즈협회)에서는 코스닥 상장 등 직접금융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 중견기업,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요건으로 인식해 국회는 물론 정부부처와 여러 직접금융 관련 기관에 대한 건의를 계속해왔다. 4년간의 노력을 바탕으로 협회는 이노비즈 인증기업은 물론 전체 중소기업의 직접금융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중견-대기업 도약 발판 활용을
앞으로도 정부의 중소기업 직접금융 활성화 대책이 더욱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업무협약을 통해 긴밀한 협조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직접금융 활성화 대책이 전체 중소기업으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코스닥ㆍ코넥스 상장은 물론 직접금융 모든 영역에 대응할 수 있는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할 방침이다.
중소기업 역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작금의 자금조달 문제는 은행 앞에서 머뭇거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누구보다 확실히 깨달아야 한다. 이번 이노비즈 코스닥 상장특례 적용을 시작으로 모든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을 넘어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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