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번 지침에서 재정구조를 창조경제와 맞춤형 복지 중심으로 재설계한다고 했다. 재정운용의 틀도 혁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민 중심과 현장 우선, 협업 확대가 골격이다.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높여 나라살림을 알뜰히 꾸리겠다는 데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공약이행 재원마련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그 재원이 정말로 135조원에 불과한지 아무런 언급조차 없었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공약 재원이 늘어날지, 줄어들지 여부와 상관없이 공약대로 세출 구조조정 규모를 짜맞춘 느낌도 든다. 앞으로 어떤 분야의 불요불급한 예산이 줄어들지 지켜봐야겠지만 이런 식이라면 지출 구조조정 각론 역시 숫자 끼워 맞추기로 흐르지 않을지 모르겠다.
거품 예산을 빼내는 것은 당국의 책무이지만 무리한 삭감에서 비롯될 후유증이 걱정이다. 벌써부터 힘없는 부처가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정작 필요한 예산인데도 공약과 무관하다는 이유로 빠질 수 있고 반대로 신규사업은 아무데나 창조경제니 공약 관련이니 갖다 붙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업무는 뒷전이고 예산확보에 매달리는 구태행정이 초래할 낭비와 국민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저성장 리스크를 끊겠다고 대규모 추경까지 편성하는 마당에 일자리 창출과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구조조정 1순위에 올리는 것이 온당한지도 의문이다. 그러면서도 건전재정기반을 확충하겠다는 것은 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꼬인 게 다 공약은 절대로 구조조정할 수 없다는 도그마에 빠진 결과다. 공약은 검증된 정책이 아닌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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