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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9월9일] <1186> 컴퓨터 버그

1946년 9월9일 오후 하버드대학 컴퓨터센터. 열기를 뿜어내던 초기 컴퓨터(MARK Ⅱ)가 작동을 멈췄다. 집채만한 크기에 복잡하게 연결된 전선과 진공관을 점검하던 연구원 그레이스 호퍼(Grace Hopperㆍ당시 40세)는 벌레(bug)를 찾아냈다. 작은 나방이 붙은 부품을 교체했더니 컴퓨터는 정상적으로 돌아갔다. 호퍼는 테이프로 나방을 연구일지에 붙이고 이렇게 썼다. ‘벌레로 문제가 발생한 최초 사례 발견(First actual case of bug being found).’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를 뜻하는 ‘버그(bug)’와 이를 해결하는 ‘디버그(debug)’라는 용어도 이때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여류 수학자 겸 물리학자로 대학에 재직하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미 해군에 입대해 탄도학을 연구하던 중 ‘버그’를 발견한 호퍼는 교수와 컴퓨터 과학자, 군인으로서 신화적인 존재다. 컴퓨터 언어 코볼(COBOL)의 공동 개발자로 전역과 재입대를 반복하며 1986년 80세까지 제독(소장)으로 근무해 ‘최고령 여성 현역’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미 해군이 1996년 취역시킨 이지스구축함에 ‘호퍼’라는 함명을 붙인 것도 1992년 사망한 그를 기리기 위해서다. 첫 발견 후 62년이 지나도록 버그는 인류를 끝없이 괴롭히고 있다. 1962년 금성 탐사선 마리너 1호의 실패에서 1996년 10억달러를 날린 유럽연합의 아리안 로켓 폭발까지 대형 우주사고는 대부분 프로그램 버그 탓이다. 미국의 한 병원에서는 방사선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의 버그로 방사선에 과도하게 노출된 암환자 5명이 죽은 적도 있다. 버그는 미래의 문제이기도 하다. ‘Y2K 버그’ 공포에 빠졌던 게 엊그제 같은데 ‘2038년에 치명적인 버그가 발생한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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