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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과포장되는 핵안보정상회의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은 지난 22일 내외신 정례브리핑에서 갑자기 "참 답을 드리기가 뭐라고 그럴까요"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한 외신기자가 김 장관에게 한국 내에서 핵안보정상회의에 관심이 적다는 취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핵안보라는 개념부터 전문적이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지가 않다.

핵안보정상회의가 당장 58개 국가 및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큰 규모의 정상회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핵 테러라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다루는 회의에 두는 가치가 적절한지는 의문스럽다. 정부는 각종 캠페인과 광고를 통해 핵 테러 위협에 대해 "현실에서는 영웅도, 초능력도 없습니다"며 정상회의의 의미를 한껏 부추겼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생경하다.

과대포장의 소지는 규모에서도 나온다. 58개 국가 및 국제기구 정상들이 모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회의라는 것도 부풀렸다는 비판이 있다. 참석 국가는 지지난해 1차 정상회의의 47개국보다 많다. 하지만 이번 서울 정상회의 참가국 중 대통령이나 총리 등 순수한 의미의 정상은 39명이다. 프랑스ㆍ영국ㆍ독일 등 주요 국가들의 정상이 방한하지 않는다. 러시아도 곧 퇴임하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온다.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는 얘기다. 정부 당국자는 "유럽 경제위기도 있고 국내 정치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못 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핵안보 정상회의의 주제인 '핵 없는 세상'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2010년 서울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에 비해 호소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국제사회에서 주요 국가마저 빠지면서 회의의 중요성이나 회의결과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의장국인 우리나라 대통령이 정상 58명을 이끄는 장면은 우리나라의 위상을 세계에 각인하는 효과를 충분히 줄 수 있다. 하지만 그 장면을 위해 인위적으로 의미를 키우거나 규모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글로벌 핵안보 체제를 주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조차도 결국 그의 11월 대통령선거를 위한 것이라는 의심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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