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사례는 최근 미국 기업들의 유럽 기업 사냥 열기를 잘 보여준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경기회복이 가시화하면 인수기업 가치가 높아지는데다 법인세 절감, 신흥시장 간접 공략 등 3중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게 미 기업들의 계산이다. 모건스탠리 유럽ㆍ중동ㆍ아프리카(EMEA) 부문의 요한스 그로엘러 M&A 공동 수석은 "올 들어 유럽 M&A는 산업과 국가의 경계를 허물면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미 기업들의 유럽 기업 M&A는 237건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6% 정도 늘었다. 유럽 정부의 국가 기간산업 매각 반대로 대형 M&A에 제동이 걸리면서 거래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하지만 미 기업들이 유럽 기업에 군침을 흘리고 있어 전체 M&A 금액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기업과 투자가들이 유럽 경기 회복에 편승하기 위한 수단으로 M&A를 활용하고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미 기업들의 자본 건전성이 유럽보다 상대적으로 강화되고 조달 금리가 낮은 것도 M&A를 촉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법인세 절감효과는 미 기업에 매력적인 요소다. 미 연방정부와 각 주 정부의 법인세율을 합친 평균 최고 세율은 39.1%에 달하는 반면 영국은 21%에 불과하다. 지난해 27%의 법인세율을 적용받은 화이자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와 합병이 성사되면 연간 10억 달러의 법인세를 아끼기 위해 본사를 영국으로 옮길 방침이었다.
또 유럽 기업 인수는 신흥시장 성장의 수혜를 맛볼 수 있는 수단이다. 크레티트스위스의 비카스 세스 유럽 M&A 공동 수석은 "선진 수준의 지배 구조를 갖추면서도 신흥시장 비중이 높은 유럽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신흥국 공략의 좋은 백도어(뒷문)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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