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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모펀드 중기 성장에 마중물 돼야

고병기 기자 <증권부> staytomorrow@sed.co.kr

지난 6일 정부가 발표한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의 M&A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사모펀드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기업에 대해서도 상장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바이아웃(경영권 포함 인수)을 전문으로 하는 사모펀드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지나치게 대기업에 편중된 사업 구조, 가업승계 문제 등 다양한 문제로 한계에 달한 국내 중소기업들의 구조조정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정책 방향에도 맞다.

하지만 정부정책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사모펀드 업계와 기관투자가 등 시장의 변화도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는 중소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성공적으로 투자회수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모펀드가 거의 없다. MBK파트너스·어피너티·보고펀드·한앤컴퍼니 등 몇몇 대형 사모펀드들이 최근 시장에서 눈길을 끌고 있지만 이들은 주로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고 투자회수가 용이한 대기업 위주로 관심을 갖고 있다.

그 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바이아웃 전략을 펴는 펀드는 찾기가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신규 설립된 사모펀드 중 프로젝트 사모펀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0년 신규 설립 사모펀드 중 프로젝트 사모펀드의 비중은 39.1%였으나 지난해에는 68.9%로 증가했다. 이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보장성 투자(금전 대여 성격의 조건부 투자로 투자 계약만 성사되면 당해 기업의 경영개선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 수익을 보장받음)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모펀드들이 중소기업을 인수해 제대로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사업체질 개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M&A 시장을 농사로 치면 정부의 역할은 땅을 주고 물길을 터주고 저수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농사에서 더 중요한 것은 훌륭한 농부가 열심히 경작해서 과실을 거두는 것이다. 정부가 농사짓기(투자)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 만큼 이제는 사모펀드들이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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