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영업사원인 김상우(32ㆍ가명)씨는 월차를 내고 집에서 쉬는 날에도 e메일을 수시로 확인한다. e메일을 확인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중요한 정보를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쉬는 날에도 수시로 메일을 확인하느라 아이와 잘 놀아주지도 못해 핀잔을 듣기 일쑤"라고 하소연했다.
수시로 e메일을 확인하거나 최신 정보를 접하지 못하면 불안하고 초초해지는 이른바 '정보중독'으로 고통 받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적당한 정보는 일상생활에 유익함과 편리함을 더해주지만 지나칠 경우 직장인들에게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쌓이게 하는 것이다.
더욱이 스마트폰 등 첨단 정보기술(IT) 기기의 보급 등으로 정보중독은 급속히 진행돼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으나 현대인들은 정작 정보중독의 유해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어수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마약과 술ㆍ도박처럼 수시로 e메일 확인과 정보습득을 해야만 위로를 받고 안도감을 느낀다면 이것 역시 중독으로 볼 수 있다"며 "e메일을 제때 확인하지 않으면 일 처리에 미흡할 수 있다는 직장인들의 불안감도 정보중독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출근하자마자 e메일부터 열어보거나 받은편지함에 수천개가 넘는 메일이 쌓여 있는 경우, e메일이나 문자를 보냈을 때 응답을 빨리 받지 못할 때 불안한 경우, 어려운 대화는 e메일이나 문자메세지로 하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경우는 정보중독 증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보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보습득의 압박을 받지 않는 제대로 된 휴식을 갖는 이른바 '디지털 단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김 교수는 "정보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우선 일의 몰입시간과 휴식시간을 확실히 구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e메일을 항상 열어두지 말고 필요할 때만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휴대폰을 하루에 일정 시간 동안 꺼놓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명상을 하는 등 뇌에 휴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 교수는 "중독은 더 좋은 다른 것에 행복을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소 극복할 수 있다"며 "가령 집에서 쉬는 날에는 e메일과 휴대폰을 멀리하고 자녀와 산책을 하며 많은 대화를 나누는 등 가족에게만 집중해 행복감을 느끼면 정보중독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에 충분한 휴식과 수면, 규칙적인 식사로 건강을 유지하고 재미있는 여가활동을 즐기는 것도 정보중독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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