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사무총장 , G8 정상회담 맞춰 경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미국 등 서방국가의 바이오연료 생산을 확대할 경우 원유개발에 대한 투자를 줄이겠다고 경고했다. OPEC의 이 같은 움직임은 석유 대체에너지로 바이오연료 개발에 적극 나서는 것을 견제해 세계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단기적으로 에탄올 등의 바이오연료가 석유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OPEC이 원유생산을 줄일 경우 글로벌 에너지부족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5일(현지시간) 압달라 엘 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선진국들이 바이오연료 생산을 늘릴 경우 OPEC은 회원국내 유전 및 정유시설에 대한 신규투자를 줄일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OPEC이 과거에도 에탄올 등 대체에너지에 대한 회의론을 밝힌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직접적인 대응조치를 경고한 것은 처음이라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이는 또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바이오연료 생산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6일 독일 하일리겐담에서 열리는 선진8개국(G8) 정상회담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계 원유 생산량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OPEC은 최근 급증하는 수요에 맞추기 위해 향후 2012년까지 1,300억달러를 원유 생산시설과 인프라에 투자하고 현재 3,570만배럴인 하루 생산량은 2010년까지 3,970만배럴로 늘린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또 2013년부터 2020년까지 5,000억달러를 추가 투자할 예정이다.
엘 바드리 사무총장은 “서방국가들이 OPEC에 증산을 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당신들에게 의존하길 원치 않기 때문에 바이오연료로 바꾸겠다’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OPEC은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OPEC이 바이오연료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것은 원유수요 감소에 따른 유가 급락 가능성 때문. 공급과잉에 따른 90년대 저유가 상황에 재현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올초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연료절감과 바이오연료 확대를 통한 향후 10년간 휘발유 사용을 20% 억제하겠다는 에너지대책을 발표하면서 OPEC의 걱정을 부추기기도 했다.
급등하는 곡물가격에 대한 반발도 있다. 바이오연료 산업은 곡물을 주원료로 한다.
크게 에탄올과 바이오디젤로 나눠지는데, 이중 바이오디젤은 유지작물에서 식물성 기름을 추출해 만들고 에탄올은 옥수수나 사탕수수 밀 감자 등 녹말작물에서 포도당을 얻은 뒤 이를 발효시켜 만든다. 즉 곡물소비가 늘어나 가격이 급등하는 최근 상황은 OPEC 같은 식량수입국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엘 바드리 사무총장은 “바이오연료는 식량 생산을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대안이 아니다”고 반발했다.
런던 소재 글로벌에너지연구소의 줄리언 리 연구원은 “바이오연료에 대한 OPEC의 반응이 점점 민감해지고 있다”며 “석유산업에 위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OPEC이 투자를 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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