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에 빠졌다가 간신히 구조된 여성이 제때 병원치료를 받지 못하고 결국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13일 오후 11시37분께 서울 성동구 청담대교 북단 근처의 둔치에서 20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한강에 빠져있는 것을 시민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신고자는 "이 여성이 한강 둔치에서 혼자서 술을 마시다가 제 발로 물쪽으로 걸어 들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구조대는 신고 접수 13분만에 의식불명 상태인 여성을 끌어올려 앰뷸런스에 싣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서 인근 모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당시 이 여성은 호흡과 맥박이 거의 없는 위중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 병원에서는 14일 오전 4시가 돼서야 "RCU(호흡관리를 집중적으로 하는 치료실)에 자리가 꽉 찼다"며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겠다고 119에 요청했다. 결과적으로 이 병원은 4시간 동안 위급환자를 긴급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방치한 것. 구급차가 다시 빈 병실을 찾아 영등포의 한 종합병원에 도착한 것은 사고 발생 5시간이 훌쩍 지난 14일 오전 5시6분께. 의료진은 30여분 동안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를 실시했지만 30여분만에 결국 사망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물에 빠진 요구조자의 경우 5∼10분 사이의 응급처치 여부로 생사가 갈리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구조대 관계자는 "젊은 사람의 경우 호흡·맥박이 없는 경우에도 약물을 투여하고 응급처치를 하면 살려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몇시간을 걸려서 영등포까지 간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의문을 표했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묻자 "개인 프라이버시라서 자세하게 이야기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경찰은 여성의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해 신원을 확인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온라인뉴스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