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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의 반기… G20도 쪼개지나

브라질·印·中·남아공 "러시아 배제해선 안돼"

글로벌 공조 균열 조짐

주요20개국(G20)의 신흥국 세력을 대표하는 '브릭스(BRICs)'가 올해 G20 회의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려는 서구의 움직임에 집단으로 반기를 들었다. 서구와 러시아의 '신냉전'으로 주요8개국(G8) 체제가 사실상 와해된 데 이어 G20마저 균열 위기에 직면하면서 글로벌 공조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UPI통신은 브라질과 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5개국 외무장관들이 25일(현지시간)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회동, 오는 11월 호주 G20 정상회의에서 러시아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11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G20 회의와 관련해 우려를 표한다"며 "G20 회의의 관리 권한은 모든 회원국에 있으며 특정한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올해 G20 의장국인 호주의 줄리 비숍 외무장관이 지난 19일 G20 행사와 연계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데 대한 대응으로 나온 것이다. 특히 전날 G8 가운데 러시아를 제외한 7개국이 앞으로 G8 회의에서 러시아를 당분간 제외시키기로 결정하면서 러시아 고립화가 진전되자 서구의 일방적인 결정을 견제하기 위해 브릭스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지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2위 강국인 중국이 포함되지 않아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G8과 달리 선진국들과 주요 신흥국들이 참여하는 G20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공조를 이끌어내는 실질적인 메커니즘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환율정책을 비롯해 선진국과 신흥국 간 이해관계의 충돌로 정책 조정능력이 점차 약화되는 가운데 러시아 제재를 둘러싼 선진국과 브릭스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정면 충돌할 조짐을 보이면서 G20 분열은 현실적 리스크로 다가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G8에서 배제된 러시아가 외교정책의 축을 G20이나 브릭스로 옮겨가려 한다고 평가했다. 이런 러시아의 행보에 G8 체제의 붕괴를 선진국 견제의 호기로 삼는 중국이 가세하며 신흥국 여론을 끌어모을 경우 G20 체제는 중대한 기로에 놓이게 된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리더십이 한층 흔들리면서 미국 주도하에 G20의 이견이 봉합될 여지도 약해진 실정이다. 니혼게이자이와 아사히 등 일본 언론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글로벌 리더십의 부재를 의미하는 'G제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고 일제히 지적했다. 특히 아사히신문은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는 지역 대국에 불과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행위도 연약함의 발로에 불과하다"고 폄하한 데 대해 "(지역 강국에 불과한) 러시아의 폭주를 막지 못한 미국 역시 전과 같은 초강대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G20의 조정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주요국들이 긴장완화를 위한 새로운 채널 검토를 서두르지 않으면 세계는 분쟁과 테러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휘둘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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