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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외국인은 절대악?

송영규 증권부 기자 skong@sed.co.kr

“외국인주주들이 고배당을 요구하고 경영에 간섭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높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들은 중요한 경영목표의 하나로 주주경영을 꼽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주주들의 요구를 부당한 것으로 몰면서 다른 쪽에서는 주주경영을 하겠다고 한다면 기업 스스로도 모순에 빠진 것 아닙니까.” 한 대학교수에게 외국인 투자가에 대한 입장을 물어봤을 때 들었던 답이다. 최근 들어 외국인에 대한 우려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불과 몇년 전에 외국인이 ‘절대선’이었다면 요즘은 심지어 ‘절대악’으로까지 묘사된다. 외국인의 경영권 간섭이니 고배당으로 기업의 성장동력이 고갈된다느니 하는 걱정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외국인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하고 각종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국내 굴지의 그룹 중 한곳은 대외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체질개선에 힘쓰겠다고 하면서 내부적으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정부의 이곳저곳을 찾아 읍소를 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쓸데없는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도 맞고 고배당으로 기업의 성장재원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앞서 우리 기업들이 과연 주주경영을 제대로 하는지 투명한 경영을 하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이윤을 냈어도 주주에게 배당은 인색하기 그지없었다. 최근 들어 기업들의 배당규모가 늘고 정기적으로 경영상태를 공개한 것도 따지고 보면 외국인의 요구가 강력했기 때문이지 일반 주주들을 고려해서가 아니었다. 규모가 큰 상당수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특정 계열사의 주식가치가 해당기업의 시가총액을 넘는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보유 주식을 팔아 현금자산을 확보하거나 투자를 하는 등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 기업들은 계열사와의 특수관계 때문에 주식을 팔지 못한다. 외국인은 그런 약한 고리를 비집고 들어간다. 기업이 변하지 않고서는 외국인의 위협 역시 상존할 수밖에 없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느냐는 기업 자체에 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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