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전 대덕단지에 매년 지원하는 연구개발(R&D) 예산은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65%인 3조5,000억원이 대학연구소 등에 지원된다. 하지만 이 예산의 4% 정도인 1,400억원만 기술 상용화에 성공해 로열티나 이전비용 등을 받는 데 그치고 있다. 기업으로 따지면 100원을 투자해 겨우 4원을 버는 셈이다.
기술이 개발됐다고 모두가 상용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낮은 상용화 비율로 R&D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은 늘 있어 왔다. 이처럼 기술 상용화 비율이 낮은 것은 기술개발 따로, 상용화 추진이 따로 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R&D를 통해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되면, 곧바로 이를 상용화할 만반의 준비를 갖춰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미 대덕특구 등 R&D중심의 거점지구와 세종·천안 등 기술사업화 중심의 기능지구를 한데 묶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21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 따르면 대전 거점지구와 연계해 응용연구, 개발연구, 사업화 등을 수행하게 될 과학벨트 기능지구는 천안·세종·청원 등 3곳에서 본격 추진되고 있다. 이들 3개 지구는 올해 들어 각각 전문가를 중심으로 기술협의회를 구성하며 기능지구별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기능지구별로 SB(Science-Biz)플라자를 구축하기 위한 준비작업에도 착수했다.
세종지구의 경우 3개 기능지구중 가장 먼저 기술협의회를 구성했다.
3개 기능지구는 오는 24일 천안 센터시티에서 공동컨퍼런스를 개최, 3개 지구 활동내용을 중간점검하고 논의결과물을 사업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또 기능지구 소재 기업체와 대학을 참여시켜 기능지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기능지구 사업의 컨트롤 타워로 사업화를 전담할 SB 플라자는 3개 지구별로 건립된다. 기능지구별로 25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SB 플라자 건립에 나서게 되는데 연내 시공사를 선정한 뒤 내년 1월 착공해 2016년말 완공할 예정이다. 천안지구의 경우 기업인프라가 강함에 따라 과학사업화를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SB플라자를 마련할 계획이다. 청원지구는 첨단 의약·바이오 연구클러스터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변환연구와 실용화연구 등 리서치 중심형 SB플라자를 구축하게 된다. 세종지구는 연구개발서비스, 교육, 국제연계기능 등 비즈니스 서비스 중심형 SB플라자를 건립할 예정이다.
SB플라자내에는 또한 창업지원센터가 설치·운영된다. 이곳에서는 기초·원천기술 창업을 유도하기 위한 창업자 훈련과 창업가 정신을 배양하는 창업심화교육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글로벌 창업을 지원하게 된다. 기능지구의 목표는 과학과 비즈니스를 융합한 과학기반 산업육성이다. 이를 위해 공동연구법인도 설립·운영된다. 연구법인은 출연연구소나 대학의 연구성과물과 기초과학연구원(IBS) 창출 기술을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있는 제품개발로 연결하고 기업이 기획하는 제품개발을 공공기관의 연구성과를 활용해 완성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김차동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2017년까지 혁신인프라를 갖추고 사업화 역량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게 되며 2018년 이후 실질적 성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기능지구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점지구 조성사업과 함께 기능지구 조성사업이 본격화되면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산업기반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