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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종교단체에 백기 든 세정당국


지난 14일 세정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국회에 종교인 소득 과세와 관련된 대안을 제출했다. 대안은 두 가지. 기타소득에 종교인 소득 항목을 신설하거나 근로·사업 소득세와 같이 아예 종교인 소득세라는 세목을 신설하자는 것이다. 기타소득의 사례금으로 간주해 과세하자는 원안에 비교하면 종교인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비록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고통받는 영혼의 구제를 업으로 하는 종교인들의 체면을 고려한 대안이니 이해되는 측면은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정부는 대안에서 종교인들이 주장해온 사안 두 가지를 받아들였다. 원천징수 의무 규정 삭제와 근로장려금(EITC) 지급이다. 정부가 설명은 이렇다. "원안에 원천징수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특례를 뒀음에도 세무조사를 우려한 종교단체가 정부의 설명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과 "종교단체가 '종교인도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이상 저소득종교인도 EITC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깐깐하기로 이름난 세정 당국이 종교단체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수용한 셈이다.



원천징수를 하지 않는다면 결국 종교인의 자발적 신고에 따라 세금을 받겠다는 것인데 과연 제대로 신고를 할 종교인이 얼마나 될까. 납세자의 양심(?)에 맏겨둔 채 내는 대로 받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근로·이자·배당 소득세 등 대부분의 세금이 원천징수되는 점을 감안하면 특혜도 이런 특혜가 없다. 원천징수로 인해 1원조차 탈루할 수 없는 '유리지갑' 근로자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소득파악을 전제로 하는 EITC와도 모순된다. 원천징수 의무 배제는 세무조사 면제와 사실상 동의어임에도 EITC를 지급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국고 퍼주기이자 포퓰리즘이다. 이런 대안의 결과는 뻔하다. 걷는 세금보다 지급되는 EITC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종교인 과세가 종교인 보조금으로 변질되는 셈이다.

세정 당국의 제1목표는 '조세정의'다. 지난해 세법개정에서 고소득 근로자의 세 부담을 늘릴 때도 조세형평 제고를 통한 조세정의구현 차원이라고 설명했던 세정 당국이다. 하지만 종교단체의 반발에 저항 한 번 못해본 채 '백기'를 든 세정 당국을 어느 납세자가 신뢰할까. 세금 탈루의 진원지인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부족한 세수를 메우겠다는 세정당국의 큰소리를 거액 세금탈루자들이 비웃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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