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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민생이냐 성장·개혁이냐… 정점 치닫는 中노선투쟁

[글로벌 포커스] 보시라이 사태로 본 권력다툼<br>신좌파 서민복지·부패척결 등 선동적 급진정책에<br>우파 보시라이 도덕성 빌비 경쟁계파 숙청 움직임<br>어느쪽이 승리하느냐 따라 中 경제발전방향 달려

지난 3월 중순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 해임을 둘러싼 중국의 최고 지도부 권력 투쟁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한달 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의 공식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민일보 등 관영언론은 사설을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보시라이 사건은 당 규율 위반에 따른 개인 비리 문제이며 정치 투쟁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당ㆍ정 주요 조직 및 군부는 당 중앙에 대한 충성 맹세 성명을 잇달아 내고 있다. 하지만 내부 권력 다툼설은 오히려 확대 재생산되는 분위기다.

왜 보시라이의 갑작스런 몰락이 중국 정계에 이같은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며 국내외의 초점을 받고 있는 것일까. 직선적이며 튀는 스타일로 개혁의 전도사를 자처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스타 정치인, 심복 왕리쥔 전 충칭시 공안국장의 미국 영사관 망명 시도, 부인 구카이라이의 영국인 사업가 독살 혐의 등은 어느 소설보다 일반인들의 눈길을 잡아 끄는 드라마틱한 요소들이다.

반면 중국 전문가들의 눈은 다른 측면에 쏠려 있다. 바로 이번 사태는 도도히 흐르는 중국 내부의 경제성장 방식ㆍ정치개혁 속도를 둘러싼 좌ㆍ우파 대립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분배와 공동체, 민생안정을 내세우는 충칭 모델과 상대적으로 성장과 경쟁, 개혁을 강조하는 광둥 모델 가운데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중국 경제의 발전 방향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시장주의 우파의 공격= 중국은 개혁ㆍ개방 이후 지난 30여년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그 과정에서 사회안정을 헤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계층, 도ㆍ농간, 지역간 빈부격차를 노정시켰다. 이에 따라 최근 몇년새 당과 정부의 신진 세력과 학계를 중심으로 안정적 경제성장을 구가하면서도 사회주의식 요소를 가미해 구조적으로 소득분배를 가져올 수 있는 모델을 천착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이른바 중국의 신좌파들이다.

이들 신좌파는 중국 최고지도부 입성을 추구하는 야심만만한 정치가 보시라이를 만났고 충칭에서 그 이상을 하나 하나씩 실현해 나가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주택마련에 엄두도 못 내던 서민을 위해 저가의 대규모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했다. 국영기업을 무조건 민영화하기보다는 시장 속에서 관리ㆍ운용함으로써 토지 구매부터 시공, 판매에 이르기까지 지나친 독점 이익을 없애 수익을 내면서도 저가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었다. 농민공에게 현대판 신분 차별제로 불리는 후코우 제도도 과감하게 없앰으로써 농민공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그렇다고 시장을 도외시한 것도 아니었다. 법인세 인하 등 기업경영 환경의 제도적 개선에다 휴렛 패커드, 포드, 팍스콘 등 유명 글로벌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정책을 구사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14.3%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점진적인 시장 자유화와 국영기업 개혁, 법치 확립을 골자로 내세웠던 우파(개혁ㆍ개방파) 입장에선 충칭모델로 무서운 인기를 얻고 있는 보시라이가 내심 두려운 존재였다. 특히 보시라이가 서민복지와 사회 정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마오쩌둥 시대의 문화대혁명을 연상시키는 홍색 가요 부르기를 주창하는 식의 인민 선동 정치가 자칫 법치 국가로의 발전과 정치개혁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했다.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원자바오 총리 등 우파들이 보시라이의 실각을 위해 지난해부터 허궈창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등과 함께 왕리쥔 전 충칭시 공안국장 등 측근들의 비리 조사에 나섰다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왕리쥔 전 공안국장과 보시라이 전 서기간의 내분에 따른 왕리쥔의 미국 망명 기도 사건이 이번 사태의 단초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좌ㆍ우파간의 보이지 않는 치열한 대립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리스마가 있으며 인민에게 인기가 많은 보시라이가 같은 태자당파로 공안ㆍ사법을 책임지는 저우융캉 정법위 서기의 바통을 이어받을 경우 향후 5세대 지도부의 정국 분위기가 통제하기 힘든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충칭모델 해체 나서나= 이제 시선은 보시라이가 야심차게 추진해왔던 충칭모델이 해체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주 보시라이가 지난 2007년부터 올 3월까지 충칭시 서기로 재임하던 기간에 이뤄줬던 재정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같은 조치가 충칭모델에 대한 해체 작업의 신호탄인지, 단순히 보시라이의 비리를 캐기 위한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분명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현재로선 정ㆍ관계ㆍ학계에 널리 퍼져있는 신좌파들은 보시라이의 도덕적 단죄를 넘어 노선과 사상을 달리하는 경쟁 계파의 대대적인 숙청으로 이어질까 우려의 시선을 내보내고 있다. 중국 정법대학의 문일현 교수는 "중국 현지도부가 관영 언론 등을 통해 이번 보시라이 사태가 정치투쟁 성격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보시라이라는 인물이 갖는 상징적 함의 때문에 이번 수사가 노선 투쟁 성격을 띠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른바 후 주석을 비롯한 공청단 세력이 주창해왔던 시장자유화, 점진적인 소득분배 방식인 광둥모델의 전면적인 확산에 나설 것이란 시각이 나오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보시라이의 충칭모델과 후 주석이 이끄는 공청단 세력의 왕양 광둥성 서기의 광둥모델이 경쟁하는 양세를 보였다. 보 전 서기와 왕 서기 모두 유력한 5세대 최고지도부 입성 후보군이었다. 우파들은 보시라이가 서민의 복지와 부패ㆍ조직범죄와의 전쟁 등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업인에 대한 불법 납치 등 무리한 법 집행이 이뤄줬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보시라이의 몰락이지 충칭 모델의 몰락으로 볼 수는 없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충칭 모델이 서민 복지, 높은 경제발전 등으로 광범위한 인기와 사회의 인정을 얻고 있는데다 사회주의도, 서방식 자본주의도 아닌 중국식 제 3의 성장 모델로서의 희망 가능성을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의 지식인들은 보시라이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충칭모델은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좌파의 대표격으로 보시라이 경제정책의 브레인 역할을 했던 추이즈위안 칭화대 교수는 "충칭은 보 전 서기의 리더십 아래서 국영기업과 민영기업이 고루 발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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