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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5월20일] 미터조약
입력2006-05-19 17:17:26
수정
2006.05.19 17:17:26
만들 때마다 실패했다. 적국인 독일 제품을 불법 복제, 미군에 보급한다는 점이 자존심 상했지만 독일제 MG42 기관총의 성능은 너무도 뛰어났다. 2차 대전 중 연합군 전사자의 절반을 희생시켰으며 아직까지 독일연방군이 구경만 바꿔 사용하는 이 기관총의 복제에 실패한 이유는 도량형. 센티미터를 인치로 환산하지 않거나 혼용한 탓이다.
55년의 세월이 흐른 1999년. 미국 탐사선이 화성 궤도에서 타버렸다. 우주선 제작사는 미터법을 쓴 반면 조종팀은 인치를 적용해 계산착오가 생겼기 때문이다. 도량형 표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사례들이다.
국제표준인 미터법이 처음 등장한 것은 1790년. 토지 면적을 속여 세금을 적게 내려는 귀족들에게 ‘미래에도 영원히 변치 않을 도량형 기준’을 만들자는 목표 아래 프랑스 과학아카데미의 과제로 출발했다. 길이를 미터, 질량을 그램, 체적을 리터로 하는 십진법 단위체계인 미터법은 혁명의 위세를 업고 1799년 12월 정식 공표됐다.
미터법의 편리함은 이전의 도량형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프랑스는 물론 독일 등 유럽 대륙에서 빠르게 자리잡았다. 1875년 5월20일 파리 국제표준회의에서는 22개 참가국 중 미국을 포함한 17개 국이 미터조약에 서명했다.
문제는 법과 관습의 차이. 미국이 미터법을 공식 측정단위로 채택한 게 1893년이지만 아직도 야드와 파운드가 주류다. 수출 기업 정도가 미터법을 쓰고 있을 뿐이다. 2000년에야 미터법을 도입한 영국도 마찬가지. 미국ㆍ영국도 최근에는 관습을 넘어 미터법 확산에 애쓰고 있다. 유럽연합을 시발로 미터단위가 아닌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나라가 늘고 있는 까닭이다. 표준의 힘이 과거와 현재의 초강대국 영국과 미국의 저항을 무너뜨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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