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관광객들이 프랑스 파리를 꼭 한번은 가 보길 원하듯이, 명동 역시 수 백년이 흘러도 찾아올 수 있도록 스토리를 입혀 서울의 관광중심으로 만들어 놓겠습니다."
최창식(62·사진) 중구청장은 3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명동 재창조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의지를 내보였다. 명동은 외국인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관광명소로 꼽히지만, 최 구청장이 보기에는 화장품 등 단순 쇼핑을 위해 찾기 때문에 경기변수 등에 따라 언제든지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 구청장은 시내 곳곳이 역사 스토리로 가득 찬 파리처럼 명동을 역사스토리 중심으로 가꾸겠다는 4년 장기 플랜을 세워놓고 있다. 최 구청장은 "프랑스에 가면 헤밍웨이가 글을 쓰던 카페라고 하면 자연스레 관광객이 찾는다"며 "명동이 쇼핑명소에만 그치지 않고, 시대가 지나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아 오게 끔 하기 위해서는 스토리를 찾아내 파리와 같은 관광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왕조 500년 문화의 흔적은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근현대를 거친 문인들이 사상을 나누고 예술을 즐긴 근현대 문화자원은 의외로 많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스토리를 많이 발굴해 키우면 충분히 파리와 같은 훌륭한 관광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최 구청장은 지난 해 남촌 문화에 대한 역사성 연구를 지시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에 성공한 최 구청장은 이같은 명동 스토리 발굴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올해에는 을지로, 명동에도 구체성 있는 연구를 통해 주자소 터, 이순신 생가터, 정동 근대문화 터 등에 대한 역사성 있는 스토리를 입히는 작업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동시에 동마다 꼭 찾아야 하는 명소 1경을 만드는 '1동 1명소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중림동 서소문 순교 성지를 기념하는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이다. 2년 전 염수정 추기경이 조선시대 사형장으로 성인이 44명 시성되고, 구한말 100명의 순교자가 났던 역사적인 장소가 노숙인들의 잠자리로 전락해 있는 걸 안타까워하자 최 구청장이 정부에 건의해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서소문 순교 성지는 8월에 열리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교황이 시복식에 앞서 찾는 첫 장소가 될 예정이다. 그는 "서소문 순교성지와 약전성당, 당고개성지, 새남터성지, 절두산성지 등이 연결되는 세계적인 성지순례코스도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당동 떡볶이타운, 필동 서애 류성룡 생가터 등 역시 관광자원화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지난 50년간 정체돼 온 을지로와 충무로 등을 명동 수준으로 활성화시킬 복안도 갖고 있다. 최 구청장은 2000년대 초반 서울시 건설안전본부장을 지내면서 명동을 으뜸 관광지로 만드는 데 열정을 쏟았다. 처음 중구청장이 됐을 때는 명동에서 '바가지', '호객', '짝퉁' 세 가지를 완전히 퇴출시키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