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가 필요한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자동차ㆍ핸드폰ㆍ노트북ㆍ항공기 등 에너지를 줄이거나 휴대성을 높여야 하는 첨단제품들의 살빼기 노력이 한창이다. 자동차는 무게를 10% 줄이면 연비가 약 3%, 가속 성능은 약 8% 향상된다. 전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차체의 소재를 바꾸고 부품 중량을 줄이는 데 공들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차체가 철 대신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엔지니어링플라스틱 등의 경량화 소재로 대체되면 이를 가공하는 데 필요한 공정기술도 일제히 바뀌어야 한다. 대당 평균 2만5,000개에 이르는 부품들도 덩달아 무게와의 전쟁에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주조ㆍ금형ㆍ용접 등의 뿌리기술이 계속 진화해야만 한다.
제조 강국을 향한 대한민국호의 전진에는 두 개의 바퀴가 필요하다. 산업융합을 통한 신시장 창출과 주력 기간산업의 지속 경쟁력 확보가 그것이다.
산업융합이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는 우리 산업의 성격을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탈바꿈시켜줄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개의 바퀴 모두 뿌리기술이 뒷받침돼야만 제대로 속도를 낼 수 있다. 스마트폰의 첨단 기능과 디자인도 금형기술이 있었기에 구현 가능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도 여기에 주목해 뿌리산업 진흥법을 제정하는 등 본격적인 육성에 나섰다. 대표적 '3D'업종에서 'ACE(Automatic, Clean, Easy)'산업으로 변모시키겠다는 의지다. 열악한 생산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왔던 우리나라 뿌리산업의 저력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돋움할 기회다. 이를 통해 생산자의 대다수인 중소기업들도 중견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는 산업 생태계가 다져질 것으로 기대된다.
거의 모든 나무의 지상부(Tree)와 지하부(Root)는 그 비율이 같다고 한다. 키가 5미터인 나무는 뿌리의 길이도 5미터란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T와 R의 비율은 1:1'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신시장 창출 및 주력산업 고도화의 열매도 뿌리산업으로부터 영양분을 끌어올려야 더 크고 단단하게 맺힐 수 있다. 뿌리에 영양을 줘 나무를 키우고 가지마다 제조업의 명품으로 풍성해지는 순간을 상상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