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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렁 빠진 행복주택, 차라리 출구전략 모색해야

행복주택 사업이 수렁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주거복지 공약을 실현할 핵심사업이면서도 새 정부 출범 8개월이 넘도록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지역주민의 거센 반발에 봉착한 가운데 정식 지구로 지정된 두 곳마저 높은 건축비로 공사발주가 연기됐다. 연내 첫 삽을 뜬다는 방침이 물 건너간 지 오래다. 견적이 안 나오니 임대료 수준도 알 길이 없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입주선정 방식이나 공급시기도 막연하기만 하다. 회의론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정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대선공약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검증 없이 졸속으로 추진한 탓이 크다. 행복주택은 기본적으로 도심지역 내 각종 편의시설에 무임승차한다. 주택단지가 들어서면서 학교와 교통 문제를 초래하는데도 입지선정 과정에서 주민 반발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게 화근이다. 지역주민의 반발을 님비현상으로만 돌릴 게 아니다. 보안 측면에서 사전에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한다 해도 예상 사업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은 심각한 결함이 아닐 수 없다. 철도부지가 아닌 유수지 역시 하중보강 때문에 건축비가 생각보다 높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부지라고 해서 사업비 절감과 낮은 임대료 책정이 저절로 가능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직주(職住)근접형 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은 정책취지와 사업개념만 놓고 보면 이상적인 공공 임대주택이다. 공약대로 반값 임대료라면 금상첨화다. 값싸고 질 좋은 임대주택을 한껏 공급한다는 데 누구도 토를 달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현실에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시범사업 추진도 저토록 버거운 판국에 무슨 수로 5년간 20만가구를 짓겠다고 장담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무리해가며 헛심을 쓸 이유가 없다. 사업개념과 추진방향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행복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걸맞은 정책성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면 더 늦게 전에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게 차라리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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