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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6년 서울 3차 뉴타운 지구로 지정된 이문·휘경뉴타운 이문1구역은 2008년까지만 해도 '순부담률' 15~18%로 확정된 개발계획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순부담률이란 전체 기반시설 부지에서 기부채납 등을 통해 주민이 부담하는 부지의 면적을 나타내는 비율로 재개발의 사업성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조합원 부담이 줄어 수익성이 높아진다. 사업 여건에 따라 다르지만 조합이 돈을 주고 사야 하는 땅과 기존 도로 등의 부지를 공공으로부터 무상으로 양여 받는 부지를 더하고 빼면 통상 순부담률은 10~20%선이 된다.
하지만 순조롭게 진행되던 사업은 2009년 대법원의 한 판례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되지 않은 도로는 모두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의 요지였다. 노후 주택가를 거미줄처럼 잇는 골목길을 모두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순부담률은 34%까지 치솟았다. 결국 670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사업은 위기를 맞게 됐다. 다행히 지난해 서울시가 기부채납 대상 공공시설 부지 등을 줄이는 방법으로 순부담률을 18.9%까지 낮춰주면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상당수 재개발 사업에서 국공유지 매입비용 문제는 사업 추진에 만만치 않은 장애물이 되고 있다.
서울시가 '공공조합원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사업성 악화로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뉴타운·재개발 사업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안되는 사업은 과감히 출구전략을 통해 접되 되는 사업은 보다 과감하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의도대로 공공이 조합원이 될 수 있는 법적 근간이 마련되면 출구전략이 시작된 후 2년 동안 길을 잃었던 강북권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초과이익환수제도 폐지 등 강남권 재건축 사업에만 집중됐던 규제완화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서울 강남·북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개발이익 환수가 재개발 수익성 악화=강북권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휘청거리는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다. 하지만 여기에는 과도한 기부채납과 부담금을 통해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을 공공이 회수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재개발 사업에서 공공이 얻는 수익은 국공유지를 판 금액과 개발 사업으로 조합이 내야 하는 각종 부담금 등이다. 이문1구역은 공공이 환수하는 개발이익이 재개발 사업의 수익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이승주 서경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2011년에 발표한 논문 '주택 재개발 사업에서의 주체별 개발이익 추정'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에서 공공이 가져가는 개발이익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6.5%에 달한다. 조합이 30.2%, 시공사는 7.1%를 가져가는 데 그쳤다. 청산 조합원과 세입자는 2.8%에 불과했다. 2006년 관리처분이 인가된 서울시 내 소재 21개 주택 재개발 구역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다.
문제는 주택경기 불황으로 조합의 사업성은 현저히 낮아졌음에도 재개발 사업에서 공공이 과도한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조합원들이 사업을 통해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는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지금은 공공이 개발이익의 70~80%를 가져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조합원제도로 윈윈 기대=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공조합원제도가 좋은 타개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공이 조합원이 되면 국공유지를 사기 위해 막대한 돈을 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2008년 당시 비례율 100.38%로 사업을 시작했다가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77.82%까지 내려앉은 왕십리뉴타운 1구역이 좋은 사례다. 왕십리 1구역 조합에 따르면 조합 측이 공공으로부터 매입해야 하는 국공유지는 모두 1만2,577㎡다. 여기에 공공이 무상으로 넘겨주는 4,956㎡를 제외한 7,651㎡의 국공유지를 540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공공이 880㎡만 무상으로 주기로 했는데 그나마 소송을 통해 4,956㎡까지 늘린 것"이라며 "그럼에도 국공유지를 사는 데만 당초 계획했던 사업비의 10%가 넘는 금액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시 입장에서도 사업 참여를 통해 얻는 이익이 많다. 공공이 조합원이 되면 초기 단계부터 사업에 관여할 수 있게 돼 사후관리 중심인 현행 공공관리제도보다 더욱 효율적으로 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 근거 마련이 관건=문제는 아직 공공조합원제도를 도입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공공이 조합원이 되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유재산인 만큼 용도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김태오 국토교통부 주택정비과장은 "현행법 체계에서는 공공이 조합될 수는 없다"며 "정비사업의 플랫폼을 바꿔야 하는 만큼 깊은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 입장에서는 공공성을 담보하면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구조 마련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공유지를 조합에 팔 때와 사업에 참여해 감정평가 금액대로 보상을 받을 때의 금액차이가 상당히 크다"며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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