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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6월 3일] 녹색에 밀린 '컨버전스 코리아'

“각국 정상들은 모두 녹색성장 전시관으로 가셨습니다.” 2일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린 제주 서귀포 국제컨벤션센터(OCC) 2층. 이곳에는 방송통신위원회 주관으로 컨버전스 코리아의 기술력을 아세안 10개국에 알리기 위해 ‘컨버전스 코리아’ 전시관이 마련됐다. 특히 이 전시관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모바일 인터넷TV(IPTV) 시연회가 열려 국내외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런데 막상 시연회가 열렸을 때는 모바일 IPTV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썰렁했다. 전시회 부스에 있는 사람들은 방통위 기자단과 시연을 준비하는 관계자, 그리고 외국인을 포함해 시연을 보기 위해 들른 몇명의 관계자들뿐이었다. 각국 정상들도 ‘컨버전스 코리아’를 외면했다. 바로 옆에 있는 녹색 성장 전시관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이 모두 다녀갔지만 이 전시관 바로 뒤에 있는 ‘컨버전스 코리아’ 전시관은 찾지 않았다. 컨버전스 전시 행사 자체가 너무 늦게 결정되는 바람에 녹색성장 전시관에 함께 자리를 마련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일정이 바쁜 각국 정상들이 ‘IT 코리아’의 현주소를 볼 기회가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어쩐지 공허한 느낌이 든다. 오히려 현 정부의 정보기술(IT)에 대한 무관심이 이러한 불상사(?)를 초래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IT 찬밥론’이 이번 행사에 그대로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정부는 틈만 나면 컨버전스가 글로벌 추세이고 따라서 이를 선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말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IT 관련 예산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더구나 요즘 들어서는 ‘녹색 성장’이라는 구호에 밀려 IT 산업은 존재 가치조차 의심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녹색과 IT는 별개가 아니고 녹색은 IT 없이 발전하기 힘든데 이래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기자 혼자뿐일까. 녹색성장 전시관 등 뒤로 밀린 ‘컨버전스 코리아’ 전시관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IT산업이 자꾸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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