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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 팔 72시간 휴전… 이번엔 총성 멈출까

이집트 중재안 양측 수락

이, 가자 지상군 철수 시작

카이로서 곧 장기휴전 협상

유엔 가자지구 관리안 제시 등 합의 가능성 이전보다 높아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이 시작된 지 28일째인 4일(이하 현지시간) 이집트의 중재로 72시간 동안의 휴전에 합의했다. 지난달 이스라엘의 포격이 시작된 뒤 양측이 휴전을 받아들이기는 이번이 처음이 다. 또 양측은 카이로에서 조만간 장기휴전을 위한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이집트 정부는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이집트의 제안을 받아들여 5일 오전8시부터 72시간 동안 휴전에 합의했다"며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 대한 우려와 추가 유혈사태를 방지하려는 취지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와 하마스 측 모두 휴전안을 수용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휴전합의에 앞서 이스라엘군은 4일 하마스 땅굴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가자지구에 배치했던 지상군을 철수하기 시작했다.

이집트 정부는 또 장기적 휴전협상을 위한 양측 고위급대표 회담을 제안해 조만간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 각 정파 대표단은 최근 며칠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이집트 정부와 휴전 중재안을 놓고 협의를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며칠 내로 이스라엘 협상 대표단도 카이로로 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휴전에 동의한 것은 민간인 사망자 증가로 인한 국제여론 악화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일까지 28일간 이어져온 가자지구 포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은 1,848명으로 지난 2008~2009년 23일간 계속된 '가자 전쟁' 당시 사망자 1,382명을 훌쩍 넘어선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4일 이스라엘의 포격을 '전쟁범죄'로 규정하며 "민간인에게 공습을 피하라고 미리 알렸다고 해서 정밀타격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영국이 80억파운드 규모의 무기 및 군용물품 수출허가를 재고하기로 했고 스페인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수출을 중단하는 등 국제사회 또한 이스라엘에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마스도 이스라엘군의 공격 장기화로 피해가 큰데다 그간 하마스에 우호적이던 이집트 또한 압둘팟타흐 시시 정권이 등장한 후 지원이 예전 같지 않아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지면서 휴전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가자지구는 이집트 접경지인 라파가 봉쇄되면 무기는 물론 물자유입이 사실상 중단되기 때문에 이집트 정부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장기적 휴전 합의 성립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카이로에서 열릴 휴전협상은 양측의 큰 의견차이 때문에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마스는 여전히 가자지구 봉쇄 해제와 이스라엘군의 완전철수를 주장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한 완전한 무장해제 요구를 풀지 않고 있다. 이들 조건은 양쪽 모두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용 땅굴 파괴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밝히며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상태여서 의외로 휴전협상이 진척될 수 있다는 전망도 커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협상단의 바삼 살리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험난한 협상이 되겠지만 모든 팔레스타인 정파의 관심은 휴전에 쏠려 있다"며 합의 가능성을 암시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장기휴전 합의를 위해 유엔의 가자지구 관리가 제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타임지는 "이번 72시간 휴전이 지켜진다면 차제에 유엔이 가자지구의 재건을 맡고 비무장화를 감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의 극우 강경파 정치인 아비그도르 리베르만도 하마스의 무장해제를 조건으로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하마스는 "유엔이 할 일은 가자지구의 고립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보호"라며 이를 즉각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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